[공공뉴스=김수연, 김승남 기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처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팍팍한 실정이다. 가계 월평균 실질소득은 지난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1년간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물가 인상을 반영한다면, 지난해에는 오히려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전년 대비 0.4% 줄었다. 기업과 가계간의 소득 불균형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태.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자 정부는 서민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담뱃값 인상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은 물론, 식·음료 등 먹을거리까지 야금야금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 ‘서민음식’ 라면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라면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원재료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면 가격 상승 임박..‘서민 음식’ 어쩔 수 없는 배신?

대표적 ‘서민음식’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의 건강 등에 대한 관심과 내수 침체로 인해 라면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원재료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라면 시장 규모는 2조원 대에서 정체 중이다. 업체마다 프리미엄 라면을 내놓고 유행을 시키기도 했지만 여전히 침체 분위기다.

식품유통연감에 따르면, 라면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9800억원에서 2013년 2조100억원을 달성했지만, 2014년에는 다시 1조9700억원으로 하락했다.

라면 업계 2위인 오뚜기는 최근 참치캔과 컵밥 가격을 각각 5%, 9% 인상한데 이어 라면값도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분위기다.

오뚜기는 경쟁 업체들과 달리 10년째 가격 동결을 유지하며 ‘갓(God)뚜기’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 같은 착한 기업 이미지가 라면값 인상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업계 1위인 농심과 3위인 삼양식품이 수익성을 이유로 라면값을 올렸다. 그러나 2위인 오뚜기와 4위인 팔도는 시장 점유율을 이유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9.3%, 2015년 24.5%, 2016년 26.6%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443억원이었다.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사진=맥도날드>

◆인건비 상승에 햄버거 가격 또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모스버거는 지난 2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 인상률은 최대 10.3%다. 모스버거 와규치즈버거는 6000원에서 6200원, 남반치킨버거는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다. 또 데리야끼치킨버거는 3900원에서 4300원으로 400원 올랐다.

반면 데리야끼버거세트는 6500원에서 5500원으로, 모스치즈버거세트는 6900원에서 5900원으로 1000원씩 인하됐다.

KFC도 지난해 12월 말 치킨과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원~800원 인상했다. 평균 가격 인상폭은 5.9%다.

대표적으로 핫크리스피치킨 및 오리지널치민 1조각이 2000원에서 2300원으로, 징거버거는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랐다.

다만 일부 버거 등 메뉴에 대해서는 최대 14.3%까지 가격을 인하하기로 하면서 치킨볼은 2800원에서 2400원으로, 징거더블다운맥스는 6100원에서 6000원으로 인하됐다.

이보다 앞서 롯데리아도 지난해 11월 전체 운영 제품 74종 가운데 버거류 12종과 세트 15종 등의 판매 가격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불고기버거는 34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랐고, 새우버거도 3400원에서 3600원으로 200원 비싸졌다. 이번 가격 조정은 2015년 2월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올해부터는 전년 대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이 적용된다.

때문에 아직 가격 인상이 되지 않은 맥도날드나 버거킹 역시 햄버거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4% 올렸고, 버거킹도 지난해 2월 일부 제품에 대해 100~300원씩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외식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2.4% 올라 5년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가격표가 게시된 음식점. <사진=뉴시스>

◆외식물가에 식탁물가까지 ‘들썩’

한편, 저물가 기조에도 외식물가는 최근 5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앞질렀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서비스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외식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9%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외식물가는 2013년 1.5%, 2014년 1.4%, 2015년 2.3%, 2016년 2.5% 상승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 등 1%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

특히 서민들이 많이 찾는 김밥은 지난해에만 7.8%가 올랐고, 소주 가격도 5.2%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갈비탕(4.5%), 라면(4.2%), 짬뽕(4.0%), 볶음밥(3.6%), 설렁탕(3.3%), 짜장면(3.2%), 구내식당 식사비(2.8%) 등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여기에 장바구니 물가도 심상찮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 연말부터 들썩이기 시작하면서다.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무 1개 가격은 1695원으로 지난달(1409원) 대비 17% 올랐다. 쇠고기 한우등심은 100g 당 8002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4% 상승했다.

또한 고등어, 오징어 등 수산물 역시 어획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다. 김의 경우, 1속(100장)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9178원으로 지난해 같은달(8047원)에 비해 14% 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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