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코오롱, 2017년 2액 신장세포 인지하고도 숨겼다” 결론
주성분 바뀐 경위도 과학적 근거 제시 못해..서류에 중대한 하자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코오롱 측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보사 허가 전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로,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판매 허가를 받은지 2년도 채 안돼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특히 이번 인보사 사태가 결국 코오롱 측의 ‘사기극’으로 결론이 나면서 코오롱그룹 전반의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식약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허위자료 제출”..허가취소·형사고발

식약처는 28일 “인보사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짐에 따라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인보사는 중간정도 증상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치료제다. 주성분은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으로 구성된다. 

그간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인보사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체의 자료를 지난 14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와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추가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2액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으며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인보사 2액의 최초세포, 제조용세포 등에 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실시했으며, 검사를 통해 2액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

또한 코오롱생명과학 국내 연구소 현장조사 결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중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코오롱 측이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1액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지만 코오롱 측은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아울러 식약처가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가 검출됐다.

식약처는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코오롱티슈진(인보사 개발사) 현지실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에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관련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유전자치료제에서 세포에 삽입되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로, 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용 제품의 위탁생산업체의 검사를 통해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13일 검사결과를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았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당시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또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의 DNA 지문분석결과, 단백질 발현 분석결과 등 허가 당시 2액을 연골세포로 판단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인보사 허가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와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형사고발을 결정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부작용 대비 15년 장기 추적조사..안전관리체계 강화로 재발방지

식약처는 해당 주사를 맞은 환자의 안전 대책과 관련해서는 ▲세포사멸시험을 통해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음을 확인했고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장기추적 관찰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 ▲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인보사 안전성에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봤다.

다만,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확인됨에 따라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투여환자(438개 병·의원 3707건 투여)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에 등록된 투여환자를 대상으로 관련 기관과 연계해 투여환자의 병력, 이상사례 등을 조사·분석한다는 계획. 

현재 투여환자의 등록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병·의원을 직접 방문(처방상위 20개 병원)해 협조를 요청하고, 전화(438개 전체 병원) 등을 통해 등록을 독려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 대책도 마련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연구개발단계(세포의 기원, 개발경위 및 연구용세포은행 등)부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하고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허가 신청 시 연구개발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신약은 개발 초기 단계에 실시된 시험자료에 재검증이 필요한 경우 최신의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해 제출하도록 하고, 중요한 검증요소의 경우 식약처가 직접 시험해 확인하기로 했다.

세포의 혼입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계통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할 예정.

생산단계에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 특성을 반영한 제조·품질 관리기준 마련과 점검을 강화하고 유전학적 계통검사 실시 및 결과 보관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사용단계에서의 장기추적조사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최초개발 신약, 첨단기술 등 보다 전문적 심사가 필요한 경우 품목별 특별심사팀을 구성·운영하고 내부 교차검토와 함께 외부 기술자문을 실시하는 등 심층적 심사를 실시한다.

식약처는 “이번 인보사케이주 허가 취소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보다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이 개발·공급될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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