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208억원 과징금 부과 등 결정..두달 지났지만 의결서 전달 안돼
靑 국민청원에 부실 수사 주장 논란..“수많은 혐의 중 서면미교부만 인정”
사실상 면죄부?..공정위 측 “피해업체들의 의견 충분히 청취하고 수렴했다”

[공공뉴스=유주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 관행 제재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갑질’과 관련해 지난해 말 공정위가 과태료 부과 등 엄중 조치 결정을 내렸으나 아직까지 관련 제재는 이행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공정위 측은 충분한 제재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입은 하도급업체들 사이에서 공정위의 제재는 현대중공업의 수많은 범죄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한 ‘봐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돼 곤혹스러운 모습. 

이에 공정위 측은 <공공뉴스>에 “피해업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렴했다”며 현대중공업 봐주기 의혹을 일축했지만, 그러나 공정위의 부실 수사가 현대중공업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하도급업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 제재 의결서를 조만간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선시공 후계약’, ‘부당 대금결정’ 등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과 관련, 208억원의 과징금 등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  

당시 공정위는 같은 행위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도 시정 명령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공정위 현장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료 1억2500만원을 부과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해 지주회사가 됐고, 분할신설회사로서 동일한 이름의 현대중공업을 설립해 기존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이 사건 과징금 부과 대상은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하도급업체에게 선박·해양플랜트·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역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해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사내 하도급업체 207곳에 작업 4만8529건을 맡기면서 작업을 시작한 뒤에야 계약서를 발급했으며, 심지어 최대 1년이 지난 뒤 계약서를 준 경우도 있었다.

또한 조선업이 어려웠던 2016년 상반기 일률적으로 ‘10% 단가 인하’를 요청하기도 했다. 만약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도급업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에는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대금을 강요, 이 같은 방법으로 48개 하도급업체에 9만건을 발주해 하도급 대금 51억원을 깎았다.

문제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갑질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뒤 약 2개월이 지났지만 법원 격인 공정위 심판관리실에서 결의서를 아직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대책위원회도 현대중공업에 조속한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가 현대중공업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피해업체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때 공정위 의견이 반영되는데 서면의결서 외에 공정위가 조사한 기업 관련 자료들은 제출되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갑질 횡포에 대해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인 대한기업 대표 김모씨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수많은 범죄혐의 가운데 서면미교부만 인정한 점을 들며 대기업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청원글에서 “공정위가 형식적인 수사만을 진행한 후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었지만 하도급법만을 적용했다”며 “해당 혐의가 재판부에서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를 입은 수많은 하도급 업체들은 민사소송에서 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8년 10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 직권조사 관련 조사촉구 기자회견입니다.
지난 2018년 10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갑질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철저한 조사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대책위원회>

이와 관련,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제조하도급개선과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의결서는 현재 심판관리관실에서 작성 중에 있다”며 “사건 규모가 커서 두 달여 기간이 걸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대중공업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담당자로서 섭섭함을 느낀다”며 신고인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피해업체와 함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실 등의 간담회에 참석해 많은 의견을 청취했다는 점도 피력했다.  

실제로 제윤경 의원실에 확인 결과, 최근 하도급법 개정을 준비하면서 마련한 간담회에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공정위 관계자, 피해 하도급 업체들이 참석했으며 각각의 사례를 발표하고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피해 하도급 업체들은 “공정위 제재가 너무 미흡하다. 208억 과징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는 전언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간담회를 통해 수렴한)신고 내용의 면밀한 조사를 통해 피해를 준 기업에 대해 준엄한 조치를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 대책위 등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도급 갑질에 대한 조선3사의 무대책 규탄 및 정부의 피해구제 적극 개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불공정 하도급 갑질과 관련, 공정위가 제재를 결정했음에도 기업이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구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단체들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 대책위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직접 청와대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지난달 31일부터 진행 중인 ‘범 한국조선해양’ 규탄 집회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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