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점유율 42.1%..세입자의 도시
양측 주택공급 관련 구체적 대안제시 無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4.7 보궐선거 후보 주거공약 평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4.7 보궐선거 후보 주거공약 평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최근 서울 집값이 폭등한데 이어 LH 직원, 공직자 등이 공무를 수행하며 얻은 정보를 부동산 투기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부동산’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집값 안정과 투기근절을 위해 각 후보들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살펴본 결과,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청년·세입자·시민사회· 종교단체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이하 집걱정없는서울넷)’는 30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자들의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공약평가단은 후보자들이 언론 인터뷰와 정책 관련 기사, 토론회 등을 발표한 주거 공약을 대상으로 ▲서울 집값 안정과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한 투기 규제와 주택 등 부동산에 대한 규제 강화 ▲세입자 보호 강화와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기준을 가지고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서울은 세입자들을 위한 도시’라고 선언하고, 후보자들에게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권’의 보장과 세입자들을 위한 정책을 주문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박영선 ‘모호한 입장'..반대파 의식한 소극적 공약 

집걱정없는서울넷이 공개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거 공약 평가 자료집에 따르면, 박 후보는 21분 컴팩트 도시를 내세워 21분 이내 교통 거리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쇼핑·여가·문화가 충족되는 21개의 그린다핵분산도시로 재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와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양재 구간을 지하화한 뒤 빈 공간에 스마트팜과 공공오피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거와 관련한 공약으로, 평당 천만원 반값아파트 고품질 공공주택 30만호 공급과 시·국유지에 공공주택 공급, 청년 등 전월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 최저주거기준 주택 개선자금 지원, 시민들이 납득할 때까지 SH 공사의 공공주택 분양원가·설계내역서·도급내역서·하도급내역서 공개 등을 내세웠다.

반값아파트는 서울시내 스무 곳이 넘는 30년 이상 된 공공임대단지를 개발하거나 30만평이 넘는 중랑·탄천·서남물재생센터 등을 활용해 개발한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서울시 및 산하 공공기관 전 직원 부동산 보유실태 조사 후 엄중 조치, 부동산 거래 신고제 시행과 이해충돌 방지 조례 제정, 가칭 ‘부동산감독원’ 설치 및 투기행위 수사 전담 특사경 배치를 내놨다.

이외에도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및 대규모 택지개발예정지역 내 토지소유자 전수조사, 이해충돌방지법 및 부동산거래법 제정, 토지주택개혁위원회 설립 등도 건의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35층 층고 제한 완화와 9억 이하 주택 공시지가 상승률 10% 이하 조정해 서민의 부담을 줄이기 등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은선 청계천을지로연대 활동가는 박 후보의 주거 공약에 대해 “주거 문제가 심각한 서울의 여당 후보자 공약이라고 하기에 매우 부실”하다며 “주거·부동산 이슈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구체적 계획 제시를 촉구했다.

자료집에서 집걱정없는서울넷은 박 후보 공약에서 세입자 보호 강화와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 없지만 집값 안정과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대책 중에선 긍정적인 부분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5년간 30만 호의 공급계획은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민간고가 분양아파트 공급이나 수분양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기존 공공분양 방식의 공급이 아닌 토지임대부 및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는 방식은 투기적 구매 요인을 억제하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집값안정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박 후보는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제시하는 한편, 강남 재건축 관련해선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완화를 언급하거나 강남에서 공공주도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단 취지의 발언도 계속돼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펴겠단 건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35층 층고 제한 완화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부실한 가운데 시행되면 특정 강남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에게 과도한 초과이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값아파트 공약에 대해,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주택 분양대금이 대폭 낮아질 수 있어 주거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다만 토지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해 저소득층에겐 이런 방식으로 공급되는 주택이 아닌,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예산·사업규모·금융조달에 관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팩트 도시 공약은 서울의 높은 주거비 부담 문제와 그 해결책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만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집걱정없는서울넷은 “공시지가 인상률 상한제는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완충장치가 필요하단 입장은 공감하지만 공시가격을 서울시장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단 생각에서 나온 잘못된 공약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공시가격은 신속하게 현실화하되 그 부담이나 복지 문제에 미칠 영향을 조정하도록 세율이나 적용비율 등을 국회가 협의해 결정하는 방안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오세훈 '규제 완화’..용산참사 교훈 얻지 못해

오 후보는 서울시 조직 개편, 용도지역체계 조정과 더불어 서울시 용적률 규제 완화,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서울시 기본계획·내부지침·방침 등 규제 폐지·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뉴타운 정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을 계승해 2028년 7만5000호의 주택공급을 하고, 이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7만호와 모아주택 3만호를 공급한다.

이외에도 20대~40대 1인가구 여성대상으로 CCTV확대설치, 잠금장치 및 긴급벨 설치나, 50~60대 1인가구 대상 반려동물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지원과 공동생활이 가능한 클러스터형 주택공급을 위해 1인가구 보호특별대책본부 설치를 제시했다.

청년월세지원은 연 5만명으로 확대하고 종합부동산세의 지방소득세 전환 및 주택에 대한 재산세 인하를 주장했다.

오 후보는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사업은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해 신규주택의 공급을 막았다”라며 “굉장히 낡은 주택이 밀집한 동네는 개량되지 않아 주거의 질이 점점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집걱정없는서울넷은 “오 후보의 주요 공약과 발언을 보면 오 후보가 처음 서울시장 임기를 시작했던 2006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재건축 규제 풀고, 용적률 높여주고, 민간 재개발을 활성화시키겠단 공약은 민간 시장에 대한 과도한 맹신과 부동산 가격 상승 부작용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이명박 정부 때 ‘뉴타운’과 ‘한강 르네상스’를 내걸고 맹목적으로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주민과 상인들을 몰아내는 전면 철거형 개발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자신이 벌인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대한 반성적 성찰 부재에서 기인한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삶터가 없어지는 재개발 문제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자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주택 공급을 지상 과제로 설정하면서도 서울에 주택 공급이 얼마나 부족한지 누구를 위한 주택 공급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어 집걱정없는관련서울넷은 오 후보 공약 관련 문제점을 더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강남 집값을 더 폭등시키고 자산불평등, 지역적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 높다라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는 강남과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집값 급등을 억제하고 그 초과이익을 타지역에 배분하도록 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19년 전국 종합부동산세 결정세액 3조71억원 중 59%(1조7747억원)가 서울에 부과됐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화하겠단 공약은 경제력이 집중된 서울에서 걷어 전국에 배분해야 할 국세를 서울에서 걷어 서울에서만 사용하겠단 공약으로 사회적·지역적 불균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산세율 인하 주장 역시 서울의 집값 급등에 따른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겠단 명분이지만 세수입에 상대적으로 야우가 있는 서울과 달리 지방자치단체는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상생주택’ 모델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 모델처럼 제시됐지만 자연녹지지역 등을 풀어주거나 준공업지역 변경 등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높이 완화 등을 통해 토지 가격을 상승시켜 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입자보호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대해 위반 건축물 등 열악한 주거세입자 주거환경 개선,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권 확대, 임대료 상한율 제한 등 세입자의 도시 서울에서 주택임차인이 정작 가장 필요한 공약 찾아볼 수 없다고 봤다. 여성 1인가구도 치안 중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에 대한 주택 공급 관련해서도 역세권 청년주택류의 공급이 많고 정작 필요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에 대한 언급이 없음. 오 후보가 제시한 역세권·대학가·재개발 사업을 통한 5년간 10만호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단 공약은 민간 주택소유자들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소수정당 후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x' 긍정적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종합적인 주거 공약을 발표한 소수정당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거대 정당 후보들과는 달리 집값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이 없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주거 세입자 보호 강화를 제시해 차별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 소장은 소수정당 후보 공약에서도 집값 불안과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공약에 대해 ▲서울시 공적임대주택 중 공공임대주택 비율 75%로 확대, ▲토지보유세 부과를 통한 연 70만원의 토지기본소득 지급 등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과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진보당 송명숙 후보가 제시한 ▲전월세 임대료 인상 동결이 가능한 주택임대차보호 조례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 확대 ▲서울 등 투기지역 내 신규 공공임대주택 확대(서울 60% 이상 공공임대주택) ▲공공택지 민간 분양 매각 금지 등 세입자를 위한 선명한 정책과 자산불평등 문제에 진보적 정책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공약 실현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봤다.

신지예 무소속 후보가 약속한  ▲자치구별 임대주택 재고율 20% 확보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 등으로 지원 대상 확대 ▲재개발 재건축 지정 일몰 강화 ▲인권침해 원-아웃제 도입 등은 주거 세입자의 요구를 잘 드러낸 좋은 공약이지만,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부동산 자산 불평등의 확대를 방지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박인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서울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LH 직원들의 투기의혹 사태까지 발생해 이번 선거에서 주거·부동산 공약이 더 중요해진 만큼 유권자들이 투기를 조장하는 부동산 공약을 심판하고 주거권에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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