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9명 귀국..선내 선장·선원 등 13명 모두 건강
1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서 이란 혁명수비대 나포

‘한국케미호’ 출항 전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케미호’ 출항 전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이란에 억류됐던 우리나라 선박 ‘한국케미호’와 해당 선박의 선장이 95일만에 석방됐다. 이에 한국정부가 국내에 있는 동결된 이란의 자금을 해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란 당국에 의해 억류돼 이란 반다르압바스 항 인근 라자이 항에 묘박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박의 선장에 대한 억류가 오늘 해제됐다”고 9일 밝혔다.

이어 “선장과 선원들의 건강이 양호하고, 화물 등 선박의 제반 상황도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해당 선박은 현지 행정절차를 마치고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20분 한국으로 출항했다. 억류된 지 95일 만이다. 

현재 선박에는 선장과 선박관리를 위해 교체 투입된 선원 등 총 13명이 타고 있다. 이 중 한국 국적은 5명이며 이밖에 미얀마 5명, 인도네시아 1명, 베트남 2명이 탑승 중이다. 다행히 선장과 선원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이란 정부의 해제 조치에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 등 양국 간 협상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아직 이에 대한 협상 결과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란은 2010년부터 원유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CBI) 명의로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거래해 왔다.

그러나 2018년 5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공식 선언’으로 이란 경제 제재가 복원되면서 해당 계좌는 동결됐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에 약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의 이란 자금이 묶여있다.

정부는 그간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해 왔다. 또 180억원 상당의 이란 유엔 분담금 대납 등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은 한국 선박 나포 이유로 환경오염을 들었지만, 이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증거 요청에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결자금 해제를 빌미로 한국케미호를 억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케미호’ 출항 전 정비 모습. <사진=뉴시스>

이외에도 정부는 그간 한국케미호 선박과 선장, 선원의 석방을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한 실무대표단은 지난 1월7일 이란 현지에서 이란 외교부 당국자들을 만났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같은 달 10일 세이에도 압바스 아락치 외교 차관, 자리프 외교장관,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졸누리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헤크마트니어 법무차관 등과 자리를 가졌다.

이 덕분인지 이란 정부는 2월2일 선원 19명을 억류 해제했다. 선박관리를 위한 필수 인원 등의 문제로 9명(한국 국적 2명)은 귀국했다. 

한편, 이란은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해양 오염 혐의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했다. 선박에 탑승해있던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총 20명도 억류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