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25시간 만에 지하 3층 건물더미서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
‘장위10구역’ 기약없는 철거 중단..곳곳이 위험에 노출된 아찔한 상황
뿔난 학부모들 “아이가 학교 다니는데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해 줘야”

[공공뉴스=이민섭 기자] 최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무고한 시민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경찰 수사가 진전될수록 속속 드러나는 공사 관련 각종 비위와 안전불감증은 이번 참사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어 국민적 분노와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 이번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부각되지 못하는 비슷한 사고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30일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인재도 마찬가지다. 당시 철거 중인 건물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추락했고, 매몰됐던 노동자는 사고 발생 하루가 꼬박 넘어서야 지하 3층 건물더미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재개발구역 시공사는 대우건설이다. 그동안 잦은 사망사고로 뭇매를 맞았던 까닭에 ‘대우건설이 또 대우건설 했다’는 비아냥도 들리는 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당 현장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역력하다. 100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연평균 5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제2의 HDC현대산업개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의 모습. 인근 주민들이 현장을 지나 장위초등학교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의 모습. 인근 주민들이 현장을 지나 장위초등학교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최근 재개발단지 철거 과정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참사가 일어나기 전이다. 지난 4월30일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에서 철거 중인 건물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추락한 것.

더욱이 노동자는 사고 발생 이후 25시간 만에 지하 3층 건물더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점에서 그 충격과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문제의 시공사는 바로 대우건설. 4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7명은 재빨리 대피해 추가적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사고는 노동부 특별감독 진행 중에 발생한 사고로 대우건설의 안전불감증은 더욱 뭇매를 맞았다.

23일 <공공뉴스>가 사고가 났던 장위10구역 재개발 주변을 살펴본 결과, 여전히 곳곳에는 위험 천만한 요소들이 가득했다.

이 현장은 초등학교와 재래시장 등이 인접해 있는 곳이지만 안전장치는 터무니없이 미흡하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특히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등굣길이 공포의 시간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서울시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단지’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공공뉴스> 취재 결과, 5월1일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철거 공사는 지금까지 중단된 상황이지만 현장 바로 옆에는 장위초등학교가 위치해 등·하교하는 아이들 역시 안전으로부터 방치된 상황이었다. 더욱이 재개발 현장 바로 뒷쪽으로는 전통시장까지 위치해 있어 지역 주민들마저 위태로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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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내에 철거가 중단된 건물 뒤편으로 약 20m 길이의 그물망이 설치된 곳의 모습. <사진=이민섭 기자>

장위10구역 재개발 단지 현장은 안전으로부터 이미 멀어진 상태였다. 철거 작업 중단으로 오히려 공사 현장의 위험 요소들이 고스란히 방치되며 인근 초등학교로 등·하교하는 아이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장위초등학교. 동네에서 학생들이 학교로 진입하는 방법은 ▲철거 중인 현장의 골목을 이용하거나 ▲언덕길 한 블록을 이동해 크게 돌아가는 방법 등 두 가지다. 골목을 이용해 등교 중인 아이들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곳도 약 20m 길이의 그물망이 설치된 곳 뿐이다.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등교는 늘 학부모가 동행한다. 기자가 방문했던 그날 아침 등굣길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공사 현장을 지나 등교하는 내 아이의 안전이 가장 걱정된다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학부모 A씨는 “재개발 공사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등·하교했지만 현장 철거가 시작되면서 아이 혼자 등교시킬 수 없어 자녀와 동행하고 있다”며 “더욱이 철거 현장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아이의 안전이 걱정돼 같이 집을 나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설사야 사고가 나면 사과하고 시간 지남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공사를 하면 끝날 일이지만, 만약 내 아이가 이로 인해 다친다면 평생 부모들은 어떻게 살아가겠냐”면서 “공사를 하는 건 좋은데 제발 인근 주민들이, 아니 적어도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데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해 주면서 (공사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인근에 위치한 장위초등학교에 이른 아침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lt;사진=이민섭 기자&gt;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인근에 위치한 장위초등학교에 이른 아침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학부모와 동행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위험한 골목으로 등교하는 이유를 묻자 등교 중인 B군은 “큰 길로 돌아서 가면 언덕을 올라야 해서 힘들다. 공사도 멈춰서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현장 바로 앞 도로에 아침 교통안전을 돕는 자원봉사자들도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자원봉사자 C씨는 “현장 진입을 못하게 천막으로 막아둔 상황이지만 철거 당시 낙석에 대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는 전무했다”며 “도로와 인도 사정이 좋지 못해 매우 비좁은 상황에서 아이들이 다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안일한 안전 대책으로 인해 ‘장위10구역’ 재개발 단지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살인 무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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