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재래시장 덮친 아찔한 공사 잔해들..근본적 대책 시급
사망 사고와 함께 멈춰버린 현장 지역민 안전 위협 요소도 그대로
대우건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안전 대책 마련하기 힘들어”

[공공뉴스=이민섭 기자] 최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무고한 시민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경찰 수사가 진전될수록 속속 드러나는 공사 관련 각종 비위와 안전불감증은 이번 참사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어 국민적 분노와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 이번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부각되지 못하는 비슷한 사고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30일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인재도 마찬가지다. 당시 철거 중인 건물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추락했고, 매몰됐던 노동자는 사고 발생 하루가 꼬박 넘어서야 지하 3층 건물더미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재개발구역 시공사는 대우건설이다. 그동안 잦은 사망사고로 뭇매를 맞았던 까닭에 ‘대우건설이 또 대우건설 했다’는 비아냥도 들리는 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당 현장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역력하다. 100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연평균 5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제2의 HDC현대산업개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인근에 위치한 장위전통시장으로 향하는 입구의 모습. <사진=이민섭 기자>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인근에 위치한 장위전통시장으로 향하는 입구의 모습. <사진=이민섭 기자>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참사가 연일 언론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며 국민의 눈이 쏠린 가운데 장위10구역 재개발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미 지난달, 철거 중인 건물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50대 하청 노동자의 희생을 낳았던 터라 두 번 다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건설 현장의 구조적인 병폐를 뿌리뽑고 예방대책은 물론 근본적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장 보러 갈 때, 버스 기다릴 때 ‘혹시 나도 다치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이 들어요”

“(광주 학동) 철거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랐죠. 지금 내가 사는 곳도 재개발이 진행 중이라 남일 같지 않았어요. 며칠간은 아예 그곳(재개발 공사장) 근처는 가지도 않았어요”

지난 23일 <공공뉴스>가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지역을 찾았을 때 이곳에서 마주친 주민, 상인들은 하나같이 안전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했다. 시장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사망 사고 발생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대우건설 측의 안전에 대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장위10구역 현장엔 지역민들이 애용하는 ‘장위전통시장’이 위치했다. 시장 입구는 재건축 현장의 출입, 안전 등의 이유로 설치된 천막과 철봉, 철판 등이 난잡하게 자리해 스산한 분위기 마저 연출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큰 가운데 특히 월세를 내며 가게를 운영하는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라고. 이런 와중에 대우건설의 막무가내 재건축·재개발은 이들을 더욱 구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상인 A씨는 “바로 옆 철거 현장(장위10구역 재개발)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많이 놀랐다”면서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이 바로 옆에 위치한 만큼 공사를 담당하는 곳에서 안전 대책을 강구할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도 “철거 당시 건물 잔해, 먼지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객들이 얼마나 많았는 줄 아냐”며 “물건을 사러 이(시장) 앞까지 왔다 다시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옆에 거주하는 주민의 모습.  &lt;사진=이민섭 기자&gt;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옆에 거주하는 주민의 모습. <사진=이민섭 기자>

현장 바로 옆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철거 현장 바로 앞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 이용객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주민 C씨는 “기자님도 봐서 알겠지만 여기 인도가 굉장히 좁다. 그런데 바로 옆이 공사 현장이라 이용객들이 많은 불편을 호소할 수 밖에 없다”며 “공사 현장, 지자체 등에서 버스 정류장 이용객의 안전조차 생각하지 않은 모습에 상당히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광주에서 건물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동네도 저런 사고가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민들을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현재 장위10구역 재개발 지역은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그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역민들의 정당한 요구는 고사하고 하소연 조차 들어줄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대우건설의 공사 중단과 함께 자신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이 모든 위험 요소들 역시 그대로 방치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추후 공사가 재개된다 해도 딱히 이런 불안한 요소들이 쉽게 사라질 것이란 희망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 탓이다.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옆 비좁은 인도의 모습. &lt;사진=이민섭 기자&gt;
5월1일 사망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장위10구역 재개발단지 옆 비좁은 인도의 모습. <사진=이민섭 기자>

대우건설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장 철거가 재개될 때 안전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철거 재개 시점 조차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작업 재개 시 계획서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들을 협의하고 진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 사고의 명확한 원인 파악도 한 뒤,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안전한 현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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