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층 부담 경감 위해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신설
34세 이하 청년에 이자 30~50% 감면·원금 상환 3년 유예
일각서 비판 “성실히 빚갚아온 이들 역차별·형평성 어긋나”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정부가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 계층, 특히 청년층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신설했지만,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에게 채무과중도에 따라 이자를 최대 50%까지 감면해 주도록 한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빚을 내 뛰어든 청년층의 투자에 대한 손실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행태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위, 저신용 청년 재기위한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신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4일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보고된 내용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 취약 부문의 부담 경감을 위해 대환과 채무조정, 신규자금지원 등의 금융지원 노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책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손실이 큰 저신용 청년이 신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가 신설됐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저신용 청년이 채무과중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받거나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미룰 수 있도록 한 것. 해당 기간 이자율은 3.25%로 적용된다. 

금융위는 이 대책 덕에 최대 4만8000명이 1인당 연간 141만원에서 263만원 정도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책이 제시된 당시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 손실을 국가가 지원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30세대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미래의 핵심”이라며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30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해 일부의 모럴 해저드 이슈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는 이유는, 이런 분들에 대한 지원이 마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사회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래서 일부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선 저희도 충분히 알고 있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최소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일각서 터져나온 역차별·형평성 논란..도덕적 해이 우려도

이러한 금융위 정책 발표 이후, 그러나 한켠에서는 해당 대책을 향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도 터져나왔다. 

청년들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감면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

특히 정책 발표 당시 금융위가 “투자손실 등으로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신설하겠다”고 설명한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같은 달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원금 탕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는 제도”라며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채무조정은 기존에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제도이며, 이번 조치는 추후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취약 청년층을 대상으로 지원을 일부 확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을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10일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 ‘하나금융포커스’ 제12권 16호에서 해당 대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유 교수는 “채무조정 지원이 핵심인 이번 대책은 원리금 감면과 ‘청년특례 채무조정’ 지원책이 부각되면서 방안의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도덕적 해이와 불공정 논란만 야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코인투자 실패에 대한 빚 탕감 이슈로 번지면서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세대 간, 직종 간, 젠더 간 갈등만 양산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책의 목적이 맞는다고 해도, 이와 같은 대책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도입과정에서 정책목표와 수단·실행방법·시기설정에 있어 참여자들 간 충분한 논의·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KOSPI 투자잔액 및 전년대비 증가율 및 가상자산 투자 연령별 비중. <자료제공=금융위원회>
KOSPI 투자잔액 및 전년대비 증가율 및 가상자산 투자 연령별 비중.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빚 진 청년들, 채무 조정해준 정부 정책 덕에 ‘빗청년’된 셈

최근 금융연구원이 펴낸 ‘국내 금융권 다중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8800만원이었던 30대 이하 다중채무자의 빚 부담은 지난해 기준 1억1400만원으로 증가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청년층의 1인당 빚 부담이 4년 사이에 29.4%나 늘어난 것. 

빚을 낼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평성 논란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너나없이 힘든 시기를 거치며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던 국민이 대다수였지만 유독 청년들의 짐만 가볍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이유로던 빚을 진 청년들에겐 결국 채무를 조정해주는 정부 정책이 빛이 된 형국이다.

사전적 용어로 빗은 ‘볕’의 방언이다. 이번 정부 정책으로 그동안 쓴 빚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빛을 보게된 청년들은 그야말로 그늘에서 볕을 본 ‘빗청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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