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 속 코로나 재유행 ‘불안’..노마스크 핼러윈 축제서 별이 된 159명
스토킹·계곡 살인 등 각종 범죄에 국민 경악..카카오 먹통 사태로 일상 멈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2022년은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이슈들이 유독 많았던 한해다. IT 강국이라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남은 카카오 먹통 사태는 물론 안 그래도 팍팍한 삶에 ‘빌라왕’ 전세사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들의 곡소리는 내년까지 이어질 기세다. 또 남편의 보험금을 노린 ‘계곡 살인 사건’의 잔혹성, 끝날 줄 모르는 스토킹 범죄의 끔찍함 등 사건사고의 강도도 상당히 쌨다. 그 중 올해 대한민국 사회를 가장 크게 뒤흔든 것은 바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 ‘핼러윈데이’ 축제 기간 이태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안전사고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150여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대단히 참혹하고 슬픈 일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3년 만에 ‘노마스크’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선 수많은 청년들이 하늘의 별이 됐다. 특히 파면 팔수록 짙어지는 경찰과 소방, 관할구청의 부실대응 정황은 전국민을 공분케 했으며,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큰 대못을 박았다. 이처럼 2022년 한해 우리 사회를 격하게 요동치게 했던 사건사고들을 <공공뉴스>가 살펴봤다. <편집자 註>

<사진=뉴시스>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불안한 동거 현재 진행형

2020년 1월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우리 정부는 비상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음식점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고, 고강도 인원 제한은 민족 대명절인 설날과 추석에 가족들마저 모일 수 없게 했다.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정부는 올해 4월 해제했다. 2020년 3월 시행된 지 2년1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과 모임인원 제한이 사라지게 됐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이후 9월에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정부는 최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 

그러나 이같은 방역 완화 조치 속 11월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7차 대유행 상황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불안한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1)이 지난 9월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법은 무용지물?..끝나지 않는 스토킹 범죄

지난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악랄한 범죄자들의 만행은 올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피해 여성을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전주환 등 잔혹한 범죄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전주환(31)은 9월14일 피해자를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살해했다. 피해자는 전주환과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여성 역무원 A(28)씨.

전주환은 A씨를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결심 공판에서 징역 9년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고 선고일 하루 전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해 10월21일 시행됐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 성폭행 혐의로 신고되자 앙심을 품고 피해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 그리고 전주환 사건까지 스토킹 관련 강력 범죄는 잇따르는 상황.

특히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처벌법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법 강화 및 보완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제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신당역 사건 이후 스토킹의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스토킹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묻힐 뻔 했던 ‘계곡 살인’ 사건의 진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은 올해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사건 피고인 이은해(31)와 조현수(30)는 최근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은해는 8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내연남인 조현수와 공모해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씨는 사망했다. 검찰은 이은해 등이 수영을 못 하는 윤씨에게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윤씨에게 먹이거나 낚시터에서 빠뜨려 살해를 시도한 혐의도 있다. 

자칫 묻힐 뻔 했던 이 사건은 이은해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에 보험사가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횡포를 부린다는 내용의 제보를 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결국 자신의 제보가 자책골이 된 셈.

검찰 수사를 받던 이은해는 지난해 12월 조현수와 함께 잠적했고, 올해 3월30일 공개수배된 지 17일 만인 4월16일 두 사람은 경기도 고양시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시민들이 추모 물건을 놓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시민들이 추모 물건을 놓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이태원 참사, 하늘의 별이 된 159명

10월29일 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믿기 힘든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 사고로 이어져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 

3년 만에 ‘노 마스크’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으로 나온 시민들을 덮친 이번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은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다. 많은 청춘들이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하늘에 별이 됐다.

문제는 경찰과 관할 지자체 등의 총체적 대응 부실이 이번 참사의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는 점.

이태원 일대에만 30만명의 인원이 밀집했지만 안전사고 대비 조치는 없었고, 책임자들은 늑장 대응은 물론 증거 인멸을 통한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참사 발생 두 달 째지만, 진상규명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 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 됐다. <사진=뉴시스> 

# 일상 무너뜨린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

10월 발생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 먹통 사태는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이번 먹통 사태로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을 비롯해 택시 호출과 결제 서비스 등이 일제히 마비되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초연결 사회’의 취약점을 국민들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서비스 장애 시간은 공식적으로 127시간30분이다. 날짜로 환산하면 5일 7시간30분. 

이 시간 동안 국민들의 일상은 멈춰버렸고, 원성은 점차 커졌다. 독과점 기업이 문어발 확장에 몰두한 반면 서비스 안정화는 뒷전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5일 필 로일(왼쪽)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사장과 존 야콥슨 멀린 엔터테인먼트 총괄 사장이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 출입구 앞에서 공식 개장 기념 행사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논란 덩어리 전락한 최대 테마파크 레고랜드

강원 춘천시 중도동 하중도 내 28만㎡ 규모의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추진된 레고랜드 프로젝트. 강원도와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레고랜드 코리아 건설 합작 계약을 2010년 체결하고 2015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오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서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는 지지부진했고, 우여곡절 끝 올해 5월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했다. 

강원도와 춘천시 등에 따르면 레고랜드 개장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효과는 5900억원, 직간접 고용 효과는 89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개장 후 놀이기구의 안전 문제가 속출하며 눈총을 샀다. 또 이용객들의 소지품 검사, 외부 음식 반입 제한, 비싼 주차료 등으로 원성이 이어졌다. 

게다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산하 출자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경영 개선을 위해 기업회생 신청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장 일정 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피하지 못하면서 이 과정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게 됐는데, 이를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후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10월 부도 처리, 채권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등으로부터 전세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세보증금 어쩌나..세입자 울리는 ‘빌라왕’

빌라와 오피스텔 1139가구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양산한 ‘빌라왕’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자기자본 없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이던 40대가 10월 숨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20대 빌라왕’으로 불린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채를 소유한 송모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건축왕’, ‘빌라의 신’ 등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 세입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지만, 임대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보증금을 반환 받기 어려운 상태다.  

임대인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에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에도 악재다. 향후 반환보증 지급 여력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꾸리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2023 치안전망’을 통해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 속 부동산 시장 혼란을 틈타 급증한 전세사기는 내년에는 더욱 지능화·조직화한 방법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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