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근로시간 개편안 혼선 직접 진화
野 “대통령·장관 말 달라..국민 삶 두고 장난”
李장관 사과..노동현실, 정치싸움 돼선 안돼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최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정치권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개편안에 대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아 혼란이 더해지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이같은 정책 혼선 양상을 거세게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혼란상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까지 한 상황에서 ‘머리’가 아닌 ‘현실’에 맞는 실질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尹대통령, 정책 혼선 직접 진화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다소 논란이 있다”며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정책 혼선 양상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서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야권은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관련 정책 혼선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주 69시간 노동제,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라고 적힌 피켓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 69시간제? 가짜뉴스 OUT’이란 피켓을 자리에 내걸었다. 

먼저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통령은 엊그제(지난 16일) ‘60시간 이상은 무리다’ 이렇게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어제(20일) 또 대통령실은 ‘상한캡을 씌운 게 아니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말이 다르고 장관 말 다르고, 또 대통령실 말이 다른 이런 정책이 어디 있는가”라며 “도대체 국민의 삶을 두고 장난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69시간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 5개월 동안 검토하고 3개월 다듬기를 해서 발표한 정책을 대통령 한 마디에 바꾸고, 그걸 또 대통령실이 바꾸고 이런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혼선에 대해서 장관이 정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野, 환노위서 이정식 노동장관 질타 

이은주 정의당 의원 역시 이 장관에게 질의를 하며 정부의 정책 혼선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짜 노동 근절을 위해 주69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해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하겠다(고 정부가 주장하는데),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납득이 안 된다”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가장 핵심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주 상한 12시간(을 고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융통성이 없는 주 상한 12시간을 어떤 주에서 13시간 하면 다음 주에는 11시간 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이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금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이고, 12시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며 “그리고 현재 3개월 탄력 근로제의 경우 주 최장 64시간 근로도 가능하다”고 응수했다.

이어 “그리고 지금은 더 많은 노동시간 때문에 과로사를 하는 (현실)”이라며 “애초부터 탄력근로제나 선택적 근로시간 제도처럼 유연근무제도 근로기준법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도 필요하면 일시적으로 근로시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불편하다”며 “결국 정부의 이번 입법안은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 유연근로제도를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변경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런데 결국 그거조차 반발에 부딪혀서 오락가락하고 있지 않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도 이 장관에게 정책적 혼선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저는 고용노동부가 60시간 이상으로 정부안을 확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다시 ‘60시간 상한을 지켜라’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고용노동부가 60시간 이상으로 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런 정책적 혼선이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라고 이야기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게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 그에 대해서 경위가 어찌 됐건 주무 장관으로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서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다른 내용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여 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서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다른 내용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여 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현실, 정치싸움 돼선 안돼

전 위원장의 이같은 지적에 이 장관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런 부분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고용노동부 주무부처장관으로서 제가 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금까지 답변드린 것은 제도 개편의 취지와 설계 내용에 대한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들에 대해선 당연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전 위원장은 이번 근로시간제 개편 사태가 지난해 있었던 ‘만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 개편’ 추진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전 위원장은 “대통령과 노동부가 이런 혼선을 가져오니까, 거기에 대해선 분명히 해명하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장관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비유를하자면, 지난 번에 있었던 만 5세 사항과 비슷한거 같다”며 “이렇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발족 때 저희가 ‘제발 소통을 하라, 다양한 의견을 들으라’고 수없이 이야기했는데 전혀 개의치않고 그 연구회가 발표하게 만들었다”며 “연구회 발표에 따라서 정부안을 만드니까 이런 혼선들이 예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노동 현실에 알맞은 실질적 논의가 시급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노동개혁’이 자칫 ‘정치 싸움’으로 비춰질 우려도 적지 않다. 노동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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