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라면 가격, 전년 동월比 13.1%↑..상승률 14년3개월만 ‘최고’
경기 침체, 고물가 상황 지속에 서민만 ‘시름’..상류층보다 고통 심화
정부 발표 물가 지표와 체감 물가 괴리감 커, 당국 각별한 관리 요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경기 침체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서민 식품의 ‘대명사’인 라면 물가가 급등,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올 들어 4개월째 전월 대비 축소를 거듭하며 19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을 보였으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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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에게 더 가혹한 물가 상승..라면 상승률 ‘최고’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서민 먹거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라면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3.1% 올랐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2월 기록한 14.3% 이후 14년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라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3.5%에서 10월 11.7%로 급등한 뒤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10%선을 상회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라면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진 것이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올렸고, 팔도와 오뚜기는 같은해 10월 각각 9.8%, 11.0%씩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삼양식품도 11월 평균 9.7% 가격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의 세부 품목 112개 가운데 31개(27.7%)의 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았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품목은 잼으로 35.5% 뛰었다. 이어 치즈(21.9%) 어묵(19.7%) 피자(12.2%) 두유(12.0%) 커피(12.0%) 빵(11.5%) 햄버거(10.3%), 김밥(10.1%) 등 순이었다. 

한편 지난해 물가 상승 여파로 인한 고통은 청년보다 고령층에서, 상류층보다 중산층에서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최근 발표한 ‘2021~2022년 가구 특성별 소비자 물가 작성 결과’에서 2인 이상, 60세 이상, 근로자 외, 소득 및 지출 중·하위 가구의 물가 상승률이 다른 가구 대비 높았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가구원 1인당 소득을 나타내는 균등화 소득을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지난해 소득 중위 60%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5.2%였다. 소득 하위 20%의 물가 상승률은 5.1%, 상위 20%는 5.0%였다. 

가구원 수별로는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물가 상승률은 5.1%로, 1인 가구(4.8%)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5.3% ▲40~59세 5.1% ▲39세 이하 4.9% 등 순으로 집계됐다. 

가구주가 근로자인 가구의 상승률은 5.0%로 근로자외 가구(5.2%)보다 낮았다. 

아울러 통계청이 지난달 말 공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은 26.7%로 전년 동기(23.5%) 대비 2.3%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계층별로는 1분위(소득 하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이 62.3%로 1년 전인 57.2%보다 5.1%포인트 늘었다. 전 분기 통틀어 2019년(65.3%)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

고물가에 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저소득층 5가구 중 3가구는 적자 살림을 꾸린 셈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촌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촌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갈 길 먼 체감물가..정부 발표 지표와 괴리감 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그리고 5월 3.3%까지 3%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물가 지표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사이에는 괴리감은 상당하다. 

실제 한국은행이 조사한 물가 인식은 1월 5.0%, 2월 5.2%, 3월 5.1%, 4월 4.9% 등을 기록했다. 물론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물가 인식은 높은 수준이다. 

한은 측 역시 물가 수준이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다. 공공요금 인상이 불확실 요인으로 남아 있고, 경기둔화와 국제유가 흐름 등도 지켜봐야 할 변수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15일부로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8원·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인상됐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한달 평균 3000~4000원가량 오르게 됐다. 

문제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한국전력공사 적자에 따른 단기처방으로, 올 하반기 더욱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 안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상황. 정부 안팎에서는 물가 하락 지속으로 하반기 2%대 물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체감 물가 안정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행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당국의 각별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 가계 경제를 위협받는 서민들의 숨통을 제대로 트여줄 수 있는 정부의 물가 관리 노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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