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남서 불특정다수 겨냥 이상동기 범죄 발생
서현역 칼부림, 신림동 사건 참고했을 가능성 높아
대낮 도심서 성폭행..피해자, 가해자와 일면식 없어

2023년은 국민을 불안감에 떨게 한 ‘이상동기 범죄’가 빈발했던 해다. 이상동기 범죄란 명확하지 않은 동기로 인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폭력적 범죄를 의미한다. 흔히 ‘묻지마 범죄’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신림동 칼부림·성폭행 사건, 서현역 흉기난동 등이 연달아 발생한 뒤 ‘온라인 살인예고’까지 속출하며 사회적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장기화를 지목한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모두 고립된 상태에서 은둔해 왔다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코로나19가 이들의 소통 단절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외로운 늑대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또한 근본적 대책 마련 방안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뉴스>는 ‘이상동기 범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예방을 위한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註>

지난 7월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수연·김소영 기자 최근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대낮의 공공장소에서 성폭행까지 발생하며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원한 관계가 아니라 명확한 동기 없이, 생면부지의 타인을 겨냥한 강력범죄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대다수의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특히 지난 7월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서현역 흉기난동 등 타 흉악범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목되며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방아쇠’ 역할 한 신림동 칼부림 사건

22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여름 서울시 관악구에서 일어난 ‘신림동 칼부림 사건’은 근래 이어진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들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인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지난달 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을 참고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배 프로파일러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에 대해 “신림동 사건에서 일종의 ‘자극에 의한 모방’이 이미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뭘 해야 되겠다는, 약간 추상적인 형태의 계획을 가지고 오다가 계획성이 점차적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림동 사건을 참고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배 프로파일러는 “그거는 분명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자극을 준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림동 칼부림 사건’은 올해 7월21일 낮 서울시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에서 발생했다.

피의자 조선(33)은 이날 신림동 골목 일대를 뛰어다니며 일면식 없는 타인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주변을 배회하던 조선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자 흉기를 버리고 별다른  저항없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이 지난달 3일 오후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에서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지난달 3일 오후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에서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신림동 칼부림과 공통점 많은 ‘서현역 사건’

이 일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른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은 신림동 칼부림 사건과의 공통점이 다수 존재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 공공장소에서 발생했다는 점, 생면부지의 타인을 무차별적으로 해쳤다는 점 등이다. 

피의자의 나이가 어리고, 그간 사회와 고립돼 생활해 온 ‘은둔형 외톨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다만, 피해 규모는 ‘서현역 흉기난동’이 훨씬 컸다. 범행을 저지른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56분~6시경 승용차를 끌고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해 시민 5명을 덮쳤다. 

이후 최원종은 백화점 내부로 이동해서 시민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그의 범행으로 인해 현재까지 총 2명이 사망했으며,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최원종의 차에 치인 이들 중 60대 여성은 사고 이후 사흘만에 세상을 떠났고, 20대 여성은 병원에서 한 달 가량 죽음과의 사투를 벌인 끝에 숨졌다.

그는 범행 하루 전날 대형마트에서 흉기 2점을 미리 구입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현역 일대는 ‘분당의 명동’으로 불릴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였다는 점, 퇴근 시간대에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 등으로 인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7일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둘레길 모습.<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17일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둘레길 모습.<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대낮 도심 공원서 발생한 성폭행 ‘충격’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신림동에서는 또 다른 흉악범죄가 발생했다. 바로 대낮의 도심 공원에서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신림동 성폭행’ 사건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 최윤종(30)은 지난달 17일 오전 11시40분경 신림동 한 산속 공원 둘레길 인근 등산로에서 성폭행을 할 목적으로 30대 여성에게 접근했다. 

당시 최윤종은 금속 재질의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주먹으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낮 12시10분경 범행 현장에서 최씨를 체포했다. 당시 피해자는 이미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사건 발생 이틀 후 결국 숨을 거뒀다. 

범행 장소는 신림역에서 불과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평소 시민들이 자주 찾는 일상적인 산책로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씨는 “성폭행 하고싶어 범행했다”, “그 곳을 자주 다녀서 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최씨는 범행에 앞서 2시간 전부터 사건 현장을 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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