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52시간제 틀 유지, 일부 업·직종 대상 유연화 방안 추진
고용부, 국민 6040명 대상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
지난 3월 최대 69시간 일하는 개편안 발표 이후 8개월 만 결론
노사정 사회적 대화 통한 공감대 형성해 구체적 방안 추후 확정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연화 대상 업종과 직종 등은 실태조사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3월 정부는 주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장기 휴가를 도입해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이 많을 때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되 일이 적을 때는 오래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안을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과로사 조장’이라는 제기됐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사와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고 진솔하게 듣기 위해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6월부터 두 달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현행 주52시간제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근로시간 개편 방향 등 내용이 담겼다. 

조사 결과, 주52시간제에 대해 국민의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주52시간제로 인해 실제 어려움을 경험한 기업들의 대응방식은 포괄임금 활용(39.9%), 추가인력 채용(36.6%), 수주포기(30.6%), 법·규정 무시(17.3%) 등 순이었다. 

<자료=고용노동부>
<자료=고용노동부>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 및 일반 국민 모두 동의한다는 응답이 비동의한다는 응답보다 크게 많았다. 특히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할 경우 동의와 비동의 응답 간 비율 차이는 더욱 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업종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직종의 경우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노사 모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에 나타난 국민 의견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제도는 노사가 원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개선하되 세부 방안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개편 대상 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한 만큼 확실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도 수립한다.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된 현장의 수요와 관행, 다양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자료=고용노동부>
<자료=고용노동부>

한편, 정부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올 1월부터 8월까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도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노동계, 익명신고센터 등을 통해 제보돼 포괄임금의 불법적인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업장 87개소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임금체불 64개소(73.6%, 26.3억원), 연장근로 한도위반 52개소(59.8%) 등을 적발해 행정·사법 조치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근로시간제 개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직종 선정 등을 위한 실증 데이터 분석과 추가적인 실태조사에 조속히 착수해 노사정 대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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