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네 번째 거부권 행사..野4당 강력 반발
대통령실, ‘총선 여론 조작 목적’ 법안이라 지적
“대통령, 선거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 있어”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 법안(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규탄대회를 열고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며 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네 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고 야당이 이에 반발하며 정국은 한동안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50억클럽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50억클럽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尹대통령, 국회 통과 8일만에 거부권 행사

5일 오전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통과 후 이를 곧바로 재가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 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이번 특검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국무회의 심의 결과,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 특검의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또 대통령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에 반하는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특히 50억 클럽 특검 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며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번복 강요, 이중수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이 뻔히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특검 또한 (윤 대통령이)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조작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헌법가치의 수호자로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28일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8일 만이다. 거부권 행사에 따라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野4당, 규탄대회 열고 강력 반발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 등 야4당은 규탄대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야4당 김건희·50억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은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가 무너진 날”이라며 “헌법에 기초해서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국민의 요구를 저버렸다”고 맹폭했다.

이어 “대통령 스스로 입버릇처럼 얘기해온 것이 있다. ‘특검을 기피하는 자가 범인이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 ‘범죄가 있으면 범죄 저지른 죄인 있으면 수사받고 조사받고 재판받는 게 맞다. 그게 공정이고 상식’이라고 했다”며 “이제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 말 다 잊어버린 것이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을 위한 특별검사,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첫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질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쌍특검법 반드시 국회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해서 21대 국회의 마지막 개혁입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정의당도 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당으로서 야4당과 함께 끝까지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쌍특검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거부권 행사가 총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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