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가까워지자 선명해진 계파 대립 구도
줄잇는 친문계 현역의원 지역구 ‘표적 출마’
원외 친명계, 文정부 출신에게 불출마 압박
공정한 경쟁 대신 극단 충돌 재발해선 안돼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그야말로 총성 없는 혈투다. 총선이 가까워지며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공천 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분위기.

친문계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하고,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출신들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등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문(反문재인) 활동을 펼쳐온 이언주 전 의원에게 복당을 권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계파 갈등이 심화할 조짐도 엿보인다.

이에 계파 간 극단적 정치대결이 반복될 경우 총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왼쪽부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 친문 지역구 ‘표적 출마’ 나선 친명계

26일 기준 친문계 의원들의 지역구에 ‘표적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 친명계 인사는 4명이다.

친명계인 이동주 민주당 의원(비례)은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도전장을 냈다. 부평을은 홍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지역이다.

이동주 의원은 지난해 11월 출마의 변을 통해 “지금 부평의 정치는 현장과 괴리돼 있다. 무거워진 숫자로, 현장과 멀어진 권위의 정치로는 어떠한 변화도 만들 수 없다”며 홍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 반드시 총선에 승리하겠다”며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총선 승리에 선봉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홍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명계다. 2022년 6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방선거 패배 이재명 책임론’을 언급한 뒤 일명 ‘문자 폭탄’과 ‘대자보 테러’를 받았다.

당시 부평구에 위치한 홍 의원의 사무실 문 앞에는 길이 3m 가량의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우리 의원님 말하는 걸 보고 있으니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 등의 조롱성 문구가 적혀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3선·충북 청주흥덕)의 지역구에는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 부원장은 이 대표와 같은 중앙대 출신으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 전략본부 전략실장을 지낸 친명계 인사다. 

그간 이 부원장은 서울 동작구 출마를 준비해 왔지만, 동작을 예비후보 검증을 통과한 이후 갑작스레 청주흥덕으로 지역구를 변경했다.

(왼쪽부터) 경기 안산상록갑 출마를 선언한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전해철 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왼쪽부터) 경기 안산상록갑 출마를 선언한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전해철 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이수진, 윤영찬 겨냥 “기본 정체성 의심돼”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3선·경기 안산상록갑)의 지역구에는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산상록갑 출마를 선언하며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며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 세력인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수박이란 ‘겉으로는 민주당이지만 속은 국민의힘’인 의원들을 의미하는 은어로, 주로 비명계 의원들을 비하할 때 쓰인다.

이로 인해 양 전 위원장은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당직 자격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현재 안산상록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친명계 이수진 의원(비례)은 이달 22일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초선·경기 성남중원)의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그간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에 날 선 비판을 해온 바 있다.

이수진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윤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이 의심된다. 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맹폭했다. 

친명계의 이 같은 ‘표적 출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출신들에게 총선 불출마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이달 20일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3선 김민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장관급 이상 역임한 중진들도 당을 살리는 길에 동참하길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23일 SNS에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는 글을 올리며 임 전 실장의 총선 출마를 반대하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구·성동구갑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이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2022년 6·1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문구와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사진=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2022년 6·1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문구와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사진=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 이재명, ‘반문’ 이언주에 복당 제안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이언주 전 의원에게 복당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계파 갈등이 더 심화될 거란 해석이 나온다.

이언주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한 달 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임 정부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낸 인물이다.

이 대표가 반문(반문재인)을 상징하는 이언주 전 의원에게 복당을 권했다는 소식에 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전날(25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로부터 ‘이재명 대표가 이언주 전 의원에게 복당을 제안했다는데, 이것도 문재인 지우기의 연장선상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공교롭게도 겹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이 탈당을 할 때가 대선 와중이었다. 저희로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을 때 탈당했다”며 “그 뒤 온갖 야멸찬, 태극기 부대에 준하는 이야기를 문 전 대통령과 우리 당 정부를 향해서 쏟아냈다”고 꼬집었다.

물론 총선 전 당 내에서 예비후보들 간의 경쟁이 고조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겹치지 않는 지역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친문계와 친명계의 갈등은 당내 구주류와 신주류의 ‘예상된’ 충돌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 비명계 3인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탈당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립 구도가 불거지는 것은 민주당에 득이 되지 않는다. ‘이재명 사당화’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현재로서는 더욱 그렇다.

경선 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전형적인 계파 간 극단적 충돌로 보여져선 안 될 일이다. 총선 승리는 고사하고 까딱 잘못하면 내분만 촉발하는 화약고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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