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집중포화
통합비례당 실무 준비 착수..야권 결집 속도
李 통합 노력에도 격화되는 친문-친명 갈등
내홍 심화 시 심판론 퇴색될 거란 우려 나와

설 연휴 첫 날인 오늘(9일), 22대 총선이 6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은 총선 전 마지막 명절 연휴인 만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제3지대 신당 세력까지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휴 전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운동권’을 연일 비판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거듭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며 범(凡)야권 연대 구축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명절 밥상에 오를 파격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명절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명절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며 전국의 여론이 뒤섞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공뉴스>는 설 민심을 겨냥한 각 당의 총선 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註>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정혜경 기자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걸고 총선 표심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집중포화를 가하며 이를 명절 밥상의 최대 화두로 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유지와 함께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군소 야당을 모아 통합형 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실무 준비에도 돌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처럼 ‘정권 심판론’에만 기대 당내 계파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내홍이 명절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시선이 모인다.

◆ 민주당, 金여사 의혹 비판에 화력 집중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12번이나 언급하며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현재 민생경제, 전쟁, 저출생(인구), 민주주의 등 4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하며 전 분야에서 ‘정부 무능론’을 주장했다. 

또한 이 대표는 “운동권 청산이니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말하며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달 5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이번 총선의 과제는 분명하다. 무능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설 명절에도 정권 심판론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밤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정치 공작”이란 입장을 밝히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즉각 서면브리핑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수석대변인은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이라고 직격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신년 대담을 겨냥해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는 앵커, 뇌물성 명품백 불법 수수 문제를 ‘아쉽다’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대변인들도 관련 브리핑을 쏟아내며 십자포화를 가했다. 

이 처럼 민주당은 김 여사 의혹을 설 밥상머리 화두로 올리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인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인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野, 통합형 비례정당 위한 실무 준비 착수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범야권 진영을 모아 ‘통합형 비례정당’을 구성하기 위한 실무 준비에도 착수했다.

통합형 비례정당을 꾸리기 위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의 추진단장으로 임명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10총선을 ‘윤석열 정권의 무능을 심판할 선거’로 규정지었다. 

박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퇴행을 심판하지 못하면 공정과 상식, 정의와 희망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고 우리는 역사의 죄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선거연합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명을 받들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선택”이라며 “맏이 격인 민주당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 연합을 주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윤(反尹·반윤석열)을 기치로 한 범야권의 결집을 통해 집권 여당을 포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에만 기대 당내 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공천 전쟁이 본격화되는 듯한 기류가 흘렀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불출마를 촉구하고, 친문계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내홍이 가시화된 것.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1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1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계파 간 집안싸움, 명절 이후 악화 전망

이에 이 대표는 설 연휴를 앞둔 이달 4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통합 행보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서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라며 당의 통합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음은 계속됐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이 6일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정권의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사실상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겨냥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을 비롯해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의 반발이 며칠 째 이어졌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해당 사안을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설 연휴 이후에는 컷오프(공천배제)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현역 의원 하위 20%에 대한 결과 통보도 예정돼 있다. 이에 민주당의 ‘집안싸움’은 명절 연휴 이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홍이 격화될 경우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이 퇴색되고 연휴 기간 유권자의 피로도 역시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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