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학금 전달식에서 초대 조선 통감 언급
이재명 대표, 민주당 대변인 비판 한목소리
韓, 자당 후보에 문자..“총선 앞 주의해달라”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당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진화에 나섰다. 

한 비대위원장은 4·10 총선에 나서는 자당 후보들에게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 중 하나로 ‘막말’이 지목된 바 있는 만큼 한 비대위원장이 서둘러 위기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6일 정가에 따르면, 성 의원은 지난 3일 충남 서산시에서 열린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 의원은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 하기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 유학을 위해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다”며 “법적으로 장학금을 줄 수 없자 재정국장이 금고 문을 열어둔 채 나갔고, 청년들은 금고에 있던 금괴를 갖고 영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공부하고 돌아와 해군 총사령관 등을 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며 “다음 세대를 키울 제도가 없을 때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그 금괴로 공부하고 난 뒤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지만, 이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부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5일) 브리핑을 통해 “성일종 의원에게는 우리 주권을 강탈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가 잘 키운 인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사람과 교육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일 뿐,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 자체가 열등의식’이라는 성일종 의원의 변명은 더욱 참담하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마음 깊은 곳에 감춰진 본심은 일본에 대한 애정과 동경인가”라고 맹폭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잘 키운 인재’-국민의힘 성일종-”이라고 적었다. 댓글에는 ‘#심판하면바뀝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총선 후보자들과 주요 당직자에게 문자를 보내 주의를 당부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달라”며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우리 당의 얼굴”이라며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주문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어떤 발언이 문제가 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성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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