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난해 9~12월 ‘복무실태 점검’ 실시..문항 거래 등 유착 확인
총 56명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 혐의 경찰 수사 요청
문항공급조직 구성해 사교육업체와 거래, 이력 숨기고 수능 출제 참여도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및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교원과 사교육업체 간 유착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교원들은 사교육업체에 불법적으로 문항을 제공하는 등 방법으로 금전적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을 실시해 신속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난달 7일 등 3차례에 걸쳐 교원·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감사원은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우려가 지속 제기됨에 따라 공교육의 신뢰성 회복 및 교원의 복무기강 확립을 목표로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능 출제과정에서 집필 중인 EBS 교재 문항 지문이 수능 문항에 출제되고 ▲수능 문항과 사설 모의고사 중복 검증 누락 ▲중복 지문 출제에 관한 이의신청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들이 공모해 부당처리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원 A씨는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다수 참여하며 2019년부터 사교육업체와 유명강사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을 제작·공급하기 위해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경력의 교원 총 8명을 포섭해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했다. 

문항공급조직을 통해 A씨는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2000여개 문항을 제작·공급하고, 6억6000만원을 수수했다. 

이 중 3억9000만원은 참여 교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억7000만원은 자신의 문항 제작비와 알선비 명목으로 수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조세 포탈을 위해 자신의 배우자 명의 등 명의 계좌로 2억1000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또한 2020년부터 문항공급조직에 참여한 교원 B씨는 2022년 1월 평가원으로부터 파견근무를 요청받으며 ‘최근 3년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사실과 달리 답변해 같은 해 3월부터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관리규정 등에는 과거 3년간 수험서 집필 실적이 있는 경우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후 평가원 근무 중에도 교원 A씨와 함께 문항 거래를 계속하며, 출제위원 위촉 시마다 사교육업체 거래 사실이 없는 것처럼 ‘출제위원 후보자 자격심사자료’를 작성해 2022년부터 이듬해 9월까지 모의평가, 수능 출제위원으로 총 5회 참여했다. B씨는 202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51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외에도 다수 교원이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문항 공급 사실을 숨기고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확인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교원이 배우자와 공모해 출판업체를 운영하고 EBS 교재 집필진·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원 등으로부터 문항을 구입해 대형 사교육업체 등에 공급하고 금전적 이익을 수취한 사례도 있었다. 

교원 C씨는 2018년 1월부터 사교육업체 등에 수능 대비 모의고사 문항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다가 이듬해 6월 자신의 부인 D씨가 교원들에게 수능 문항을 공급받아 사교육업체에 판매하는 사업을 위한 출판업체를 설립하자 공모했다. 

C씨는 EBS 교재 집필 등을 통해 알게 된 교원과 자신의 소속 학교 교원 등을 섭외하는 등 35명의 현직 교원으로 문항 제작진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문항을 구매해 사교육업체 및 유명 학원강사 등에 공급했다. 

C씨 부부는 출판업체를 공동 경영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문항판매 대가로 1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밖에 교원이 EBS 영어 수능연계교재 파일을 교재 출간 전 빼돌려 변형 문항을 제작해 학원 강사에 공급하거나, 교원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제작·공급해 금품을 수수하면서 공급한 문항을 학교시험에 출제한 사례, 수능에 사설 모의고사와 동일 지문 출제 및 관련 이의신청 부당처리 사례 등이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교원과 사교육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요청 대상 외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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