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고 칼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
‘원조 친노’ 정세균·이광재, 당에 공천 철회 압박
이재명, 요구 일축..‘선거대책위 3톱’ 사이 이견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의 거취가 새로운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양 후보 문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으며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톱’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사이에서도 이견이 표출된 상황. 

양 후보가 사죄의 의미로 봉하마을을 찾으며 ‘버티기’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관련 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 원외 친명계 양문석, 봉하마을 찾아 사죄

원외 친명(친이재명)계 인사인 양 후보는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양 후보는 묘역이 있는 너럭바위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참배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왔다.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말했다.

최근 양 후보는 2008년 한 언론 매체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칼럼을 기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16일 양 후보의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 후보의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김대중·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친노 적자’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같은 날 양 후보자와 관련해 “당은 결단을 내려달라”며 공천 철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관련 질문을 받자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라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선거 때는 그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된다. 그대로 가야 한다”고 말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선거대책위 3톱’, 양문석 거취에 이견

반면 김부겸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재명·이해찬 위원장과는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전날(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양 후보자가 “워낙 제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거는 당신밖에 없다. 여기서 뭐 새로운 게 나오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선거대책위 3톱’ 사이에서도 양 후보의 거취와 관련해 이견이 표출된 상황에서 친문계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고 최고위원은 같은 날 SNS에 글을 올려 “저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살아 생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듣고는 광화문 분향소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이어 “누군가 당신을 조롱할 때 왜 쳐다만 보고 있었을까, 언론과 정치인들이 당신을 멀리할 때 왜 손잡지 못했을까 가슴을 쳤다”며 “이번만큼은 후회할 일을 하고 싶진 않다. 15년 전 가슴 속으로 다짐했던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양 후보 논란과 관련해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공관위원들이 상당부분 문제제기를 했는데 공관위 차원에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은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 (양 후보에게) ‘경선자격 주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얘기한 분이 많이 계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는 ‘결과가 났으니 승복하자’라는 입장이신 것 같고, 반대로 정세균 전 총리는 상당히 반발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빨리 논란을 종식하고 여러 가지 선당후사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갑 후보 지원차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찾은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양문석 후보, 과거에도 사과 했던 것으로 알고 또 사과하고 있다.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