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 발표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개 표본조사..총 2616억원 불법 집행
국힘 “부실 사업·비리 온상”, “국민에 빚 독촉장 남겨..매국행위”
대통령실 “혈세 잘못 쓰였다면 바로잡아야..심도있는 조사필요”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5년간 12조원이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집권 여당이 전 정권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을 향해 ‘비리의 온상’, ‘비리 종합세트’, ‘매국 행위’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해당 사업에 대해 신속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역시 해당 사업 운영실태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여당의 입장에 힘을 싣는 듯한 의견을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업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가 최고조에 이른 와중에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2616억원 불법 집행 드러나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날(13일)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불법‧부당 집행 사례가 적발됐다. 

이중 ▲위법‧부적정 대출(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은 총 1406건(1847억원) ▲보조금 위법‧부당 집행(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은 총 845건(583억원) ▲입찰 담합 등 위법‧특혜 사례는 총 16건(186억원)이었다. 

국무조정실은 점검 배경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최근 5년간 약 12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지만, 기금운영과 세부 집행 등에 대한 외부기관의 점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실태조사에 앞선 표본조사 성격을 띄고 있는 이번 점검에서 여러 불법행위 및 예산낭비 등 부적정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전했다. 

우선 위법‧부적정 대출의 경우, 4개 지자체 395개 사업(642억원) 표본조사 결과 99개 사업(전체의 25%)에서 허위세금계산서(201억원 상당)를 발급해 부당하게 141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99건 중 43건(71억원)은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하게 대출받은 사례이며, 나머지 56건(70억원)은 규정에 따른 전자세금계산서 대신 종이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뒤 대출받은 사례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이번 점검을 통해 쪼개기 부당 수의계약, 결산서 허위 작성, 장기 이월금(잔액) 미회수 등 한전 전력기금사업단 및 지자체의 기금 관리 부실 사례가 확인된 까닭이다. 

아울러 2019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융복합사업 379건(약 1조427억원)을 점검한 결과, 4대 보험료 등 정산성 경비를 정산하지 않아 4년간 256억원의 예산 낭비가 벌어진 사실 역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국무조정실은 이번 점검에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벌인 사례 ▲지자체가 특정업체 장비를 구입한 사례 등 위법과 특혜가 의심스러운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도 전했다.

이에 정부는 적발된 사항의 경우 사안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환수조치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 역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제공=국민의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제공=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사업에 “비리 온상”, “매국 행위” 맹공 펼친 국힘  

이와 같은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오늘(14일) 이를 기반으로 전 정부에 대해 맹공을 펼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이 ‘비리의 온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2018년부터 5년간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을 시행했다. 무려 12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사업”이라며 “어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의 해당 사업운영실태 조사 결과, 위법 부당사례가 2267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하게 대출 지급된 자금은 총 2000억원이 넘었다. 이 중 70%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됐다”며 “허위세금계산서, 농지에 불법 태양광 패널 설치, 공사비 부풀리기 등 온갖 범법 행위로 점철됐다. 전반적인 부실 사업이자 비리의 온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리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업을 입안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것.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이면에는 비리 복마전이 있었다”며 “전수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물론 과거 사례처럼 운동권, 시민단체로 이어졌던 태양광 사업 비리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엇보다 ‘보조금 따먹기’로 전락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부정 수급에 대한 징벌적 환수조치도 검토해야 한다”며 “정책적 오판으로 비리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비리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업을 입안했는지,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역시 제1야당을 향해 해당 점검 결과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된 태양광 산업 등 신재생에너지 불법 부당 집행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시기 바란다”며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도 은폐하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더니, 신재생에너지 사업마저도 위법과 부실 운영을 해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탄소중립은 혈세를 이용한 특정업체의 배불리기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정부는 전국을 전수조사하기로 한 만큼 신속하고 명명백백하게 수사해 법적 책임을 묻고 국민의 혈세를 철저히 환수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양광사업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등 불법행위 과정. <자료제공=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 국책사업과>

◆대통령실 “보다 심도있는 조사 필요”..추가 점검에 쏠린 관심

국민의힘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판에 화력을 보탰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비리 종합세트 태양광 사업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1차 표본조사에서 드러난 비리가 이 정도니, 전체로 확장하면 낭비된 예산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나랏돈이 새고 있었음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산업의 차원이 아닌 오로지 이념에 사로잡힌 탈원전만 내세우며 앞뒤 안 가리고 태양광 사업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면에서 국민 혈세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정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자, 안보의 영역이다. 이런 국가적 산업을 신재생 에너지라는 포장지를 씌워 개인의 돈벌이 사업으로 전락시키고, 국민에겐 빚 독촉장만 남긴 것은 매국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양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국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전 정부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역시 전 정부에서 시행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에게 “국민 혈세가 엉뚱한 데 잘못 쓰였다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보다 심도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흔히 ‘전력기금’으로 불리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의 발전 및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이다. 전기요금에서 3.7%를 따로 떼어 적립하는 식으로 마련된다.

이처럼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되는 ‘준조세’ 성격의 기금을 활용한 사업에서 2600억원 가량의 불법·부당 집행 사례가 적발되자 여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물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대규모 기금이 올바르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점검은 필수다.

하지만 여권에서 민주당과 전 정권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자 일각에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조사가 또 다른 정쟁의 불쏘시개가 되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

향후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실시되는 추가 점검이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