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소매 접은 셔츠’ 입고 파격 행보 나선 黃
민주당 “'이명박 747'과 ‘박근혜 줄푸세’ 떠올라”

[공공뉴스=문병곤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에도 자신이 발표한 한국당의 ‘민부론(民部論)’을 언급했다. 그는 전날 청색 면바지에 팔소매를 걷어붙인 셔츠를 입고 단상에 올라 발표했던 파격을 다시 상기시키며 민부론을 강조했다.

황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던 많은 이들은 마치 IT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 같다며 황 대표를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빗대어 ‘황티브 잡스’라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형의 파격과는 다르게 황 대표가 내놓은 정책들은 앞선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과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 공약’을 반복할 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 실현 계획 없는 정책 나열에 머물렀고 ‘소득주도성장’을 향한 비난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이 정권은 더 이상 나라를 망치지 말고 경제대전환을 바라는 국민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우리 당의 민부론(民富論)을 검토해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당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의 민부론 발간 보고대회 열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등장부터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삭발한 모습은 물론이고 접어올린 셔츠 소매,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은 황 대표는 급박한 응급실을 연상시키듯 “현재 대한민국 경제병동 코드블루! 코드블루 발생!”이라 외치며 등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가 응급사태에 빠졌다. 대한민국 경제가 급성 심근경색에 걸렸다”며 “문재인 정권의 반시장 반기업 정책이 우리 기업과 환경을 파괴했다”며 비난했다.

황 대표는 손에 든 대본은 아랑곳 않고 큰 제스쳐를 취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이후 황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중병을 치료할 특효약이라며 ‘민부론’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민부론은 고전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개념으로, 경제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 자유 노동시장, 지속가능 복지 등을 골자로 한다.

황 대표는 민부론의 목표를 오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가구당 연간 소득 1억원 달성 ▲중산층 비율 70%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이를 위해 내놓은 전략은 ▲국부에서 민부 경제로 대전환 ▲국가주도에서 민(民)주도 경쟁력으로 전환 ▲노동이 신나는 시대로 전환해 자유로운 노동시장 구축 ▲나라가 지원하는 복지에서 민(民)이 여는 복지로 전환 등이다.

황 대표는 자신의 발표에 대해 “여러분들이 아주 저를 바쁘게 만들어주셔서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평소 실력 플러스 알파다”라며 자평하기도 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의 파격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내놓았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의 발표가 끝난 직후 논평을 통해 “작금의 경제상황은 언급하지 않은 채 문 정부의 정책만을 비난하기에 바쁘다”며 “현재 당면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일본의 수출규제, 영국의 브렉시트 등 대외 여건의 변화와 이런 문제 극복을 위해 IMF(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민부론이 내세운 ‘자유시장’에 대해 “자유경쟁 원칙만 내세우면 대한민국 경제가 대전환 되고 정부의 과보호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을 것처럼 선전했다”며 “‘실현가능성은 알 바 아니고 그냥 사람들 관심만 끌면 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연평균 7% 성장과 10년 뒤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공약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의 판박이”이라며 이미 실패한 정책들의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민부론에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변인은 “아담 스미스가 무덤에서 콧방귀를 뀔 일”이라며 “자본주의 태동 시절의 자유 경쟁적 원리를 2019년 대한민국 경제에 적용하려는 용기가 가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혹세무민하지 말아야 한다. 아담 스미스의 권위에 의존해 새로운 이론과 비전으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결국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재탕한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며 “두 번이나 연기해 결과가 주목됐던 민부론의 실상은 참으로 아쉽고 민망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황 대표에 대해 비판을 보탰다.

이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가맹사업법 개정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해 아쉽다. 점주와 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 조건을 협상하고 지속적인 상생 파트너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민부론이 가짜가 아니라면 이 문제 해결부터 협력의 길에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입만 열면 민생이 파탄났다고 이야기하면서 장외로 나간다”며 “찬성할 수 없다면 대안을 말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생이 빠진 채, 정쟁과 비판, 호도를 위한 민부론은 가짜에 불과하다”라며 “국회가 할 일은 ‘민부론 쇼’가 아니라 민생을 위한 입법과 예산 처리다”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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