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단체, 참사 12주기 맞아 광화문 광장서 기자회견
지난 7월31일 기준 피해 신고자 총 7854명..사망자 1821명
“피해자들 고통 여전”..가해기업 책임, 항소심 유죄 판결 촉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공론화된 지 벌써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상규명과 가해기업의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피해자들은 사망하거나 폐암 선고를 받는 등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 기업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아 비판은 더욱 커졌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망자 1821명 가해기업 책임져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망자 1821명 가해기업 책임져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센터)는 28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12주기를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11년 8월31일 정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역학조사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원인 미상의 폐질환 환자 18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습기살균제를 위험 요인으로 추정했다. 

센터는 “오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처음으로 알려진 지 12년째 되는 날”이라며 “2011년 8월31일 원인불명의 산모 사망사건에 대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가습기살균제가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부터 12년이 지난후 세번째 정부가 바뀌었고 피해구제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 화평법과 바이오사이드법 등 여러 제도가 마련돼 국정조사와 특조위 조사도 이뤄졌으나,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7854명이며, 이 가운데 23%인 1821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도 구제대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신고자들이 전체 신고자의 36%(2813명)다. 이 중 사망자는 673명이다. 

2017년부터 시행된 피해구제법에 의해 모두 5041명이 피해구제대상으로 인정됐지만, 기업 배보상이 이뤄진 사례는 약 10%에 불과하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겨우 병원비와 장례비 정도만 지원받은 상태다. 

또한 2021년 8월 참사 10주기, 가해기업과 피해자단체가 배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환경부장관이 조정위원장을 추천했다. 이듬해 4월 모든 피해신고자를 대상으로 한 배보상 조정안이 나왔지만 가장 책임이 큰 옥시와 애경은 이를 거부했다.

전체 구제 인정자의 87%가 옥시제품 사용자로, 당연히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센터 측의 주장. 그러나 기약없이 시간만 흘러 참사 12주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센터는 “옥시와 애경은 이제라도 배보상을 위한 조정안에 참여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가해 기업들도 언급하며 “반드시 유죄가 선고돼 살인기업들에 대한 사법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HMG와 PGH라는 살균성분을 사용한 일부 제조사들은 유죄가 확정돼 감옥에서 복역했고 만기출소했다. 다만, CMIT/MIT 살균 성분을 사용한 SK·애경·이마트 등은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센터는 “최근 환경부가 화평법(화학물질등록민평가에관한법률)의 대상 화학물질을 0.1t에서 1t으로 크게 줄였다”면서 “이렇게 되면 유통량이 1t 미만인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화학제품의 안전여부를 알지 못하게 돼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재발방지와 소비자 안전은 뒷전이고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에만 매달리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라고 꼬집었다. 

센터는 “이제라도 환경부는 화평법 규제완화를 철회해 가습기살균제 유사참사를 막고국민안전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는 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피해자들에게서 폐암 발병이 늘어나고 있다. 신고자들 중 200명이 넘는 폐암사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부는 동물실험과 세포독성을 통해 발암가능성을 확인했고 국제학술 논문으로도 발표됐지만, 그런데도 정부는 몇년째 폐암을 관련질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폐손상, 천식, 호흡기질환의 피해인정 과정마다 소극적이고 질질끌며 피해자들을 고통받게 했다”면서 “이제라도 폐암을 인정질환으로 지정하고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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