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워크아웃 신청..11월 기준 PF 우발채무 3조8987억
정부, 대주주 강도 높은 자구노력 전제 경영 정상화 지원
“금융시장·건설업 전반 전이 가능성 제한적” 진화 총력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시공능력 평가 16위인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등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진 가운데 중소 건설사 줄도산 사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 정부는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경영 정상화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시장 및 건설업 전반으로의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일축했다.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 <사진제공=태영건설>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 <사진제공=태영건설>

◆PF 위기..‘시평 16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태영건설은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 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는 설명이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로서 채권 금융기관이 거래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시키는 제도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유지하면서 정상화를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채권단-공동관리기업간 자율적 협의를 통해 단기간에 진행돼 성공률, 대외신인도의 회복, 채권회수 가능성이 기업회생(법정관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기존 수주 계약도 유지가 가능하고 일반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 영업활동에 큰 제약이 없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영건설로 거듭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대응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대응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화 나선 정부..“리스크 전이 가능성 제한적”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함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 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글로벌 긴축과정에서 PF대출·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특히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높은 부채비율및 PF 보증 등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참석기관의 평가다.

태영건설은 그동안 PF 우발채무 관련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돼 왔다. 주택시장 호황기인 2019년 공격적으로 개발사업을 수주했으나, 이후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과 자재값 인상 등 여파로 미착공 사업장이 늘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보증 잔액은 3조8987억원에 달하며 이달까지 3956억원을 갚아야 한다. 또 내년 1분기에도 4361억원의 PF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258%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재무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수치다.

태영그룹·대주주는 그간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미리 마련해 놓은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입장.

또한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파악한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올해 9월 기준 총 60개다. 각 사업장의 유형과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PF 대주단 협약’과 ‘PF 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 ‘PF 사업자보증’, HUG 분양보증 등을 통해 원활한 사업추진 또는 정리를 진행한다.

사업성과 공사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은 사업장 자체적 또는 HUG·주금공의 필요한 지원을 바탕으로 대주단과 시행사가 기존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분양이 진행된 주택 사업장은 유사시에도 HUG의 분양계약자 보호조치가 가능하다.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이 경우 PF 대주단 협약을 통한 원활한 의사결정,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재구조화 및 매각 지원 등이 이뤄진다. 

태영건설 참여 PF사업장(금융권 익스포저 보유 60개 대상) 정리 시나리오(예시) <자료=금융위원회>
태영건설 참여 PF사업장(금융권 익스포저 보유 60개 대상) 정리 시나리오(예시)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시장·건설산업 영향 최소화 총력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 1만9869세대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로, 이들 사업장은 태영건설의 계속공사 또는 필요시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함으로써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환급이행)할 수 있다.

태영건설은 또 공사 140건을 진행 중으로, 수익성 검토 등을 거쳐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이나 공동도급사가 공사 이행이 어려울 경우, 신탁사 또는 보증기관이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행할 수 있다.

태영건설 협력업체는 581개사로,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1096건 중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있어,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 등을 통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높은 하도급사는 우선적으로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기간(1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동산PF 사업추진의 주된 요소는 각 사업장의 사업성인 만큼 태영건설의 이슈가 태영건설 외 다른 건설사 PF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업계 전반으로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추가적인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조속히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건설사 발행한 회사채·기업어음(CP)과 건설사가 보증한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을 증액한다.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한다.

아울러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5800억원 수준이다. 익스포저를 보유한 금융회사 총 자산의 0.09% 수준으로, 금융회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PF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감안해 보다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관계기관은 이날 논의 내용이 신속·체계적으로 이행되도록 이달 11일 설치한 ‘관계부처 합동 종합 대응반’을 통해 대응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조치를 신속히 검토·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경제의 규모·여력을 감안할 때, 시장 참여자들이 협조해주신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과 부동산PF시장의 연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종합 대응반을 통해 시장 참여자와 지속 소통하고 상황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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