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민주당 대표 예방..당 대표로서 공식 첫 만남
李, 이태원 참사 및 전세사기 특별법에 협조 당부
野 주도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한 다음날 회동
예방 후 취재진 만난 韓 “거부권 행사, 당연한 것”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두 사람이 당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많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그간 두 사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여야 대선주자로 꼽혀온 까닭에 이날 회동은 단순한 여야 수장 간 만남 이상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또한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이 대표를 ‘중대 범죄 혐의자’라고 지칭한 적이 있기에 이날 만남에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김건희 특검’ 문구 앞에서 악수한 韓-李 

한 비대위원장은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이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장소에는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는 현수막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앞서 민주당 등 야권은 전날(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바 있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이 국회 첫 출근길에 ‘총선용 악법’이라고 지칭한 법안이기도 하다.

이날 면담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김형동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함께 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한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이재명 당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다음에 처음으로 뵙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서 굉장히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 올렸는데도 흔쾌히 빨리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제가 대표님을 처음 뵈러 온거기 때문에 대표님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준호 민주당 비서실장,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이 대표, 한 비대위원장,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김형동 국민의힘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준호 민주당 비서실장,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이 대표, 한 비대위원장,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김형동 국민의힘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李 “국힘 일에 언제든 협력할 준비 돼”

이에 이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화답하며,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민주당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렇게 말한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우리 정치는 국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더 안전하게 지켜나가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책임지고,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비록 약간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국민이 맡긴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며 “한 비대위원장 역시 일국의 집권 여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아마 큰 포부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의 계획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또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또 민생을 챙기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 여야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지적하며, 적극적으로 정부 여당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이란 직함이 표현하는 것처럼 국민의힘이 일종의 비상상태라고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국가, 국민에게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도 분명한 현실”이라며 “민생을 챙기는 일,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밝게 개척하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정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하실 수 있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제안해 주시면 저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게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韓 “김건희 특검법 이야기 없었다”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이날 회동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정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이 대표를 가리켜 ‘중대 범죄 혐의자’라고 지칭한 바 있으며, 첫 국회 출근길에서는 이 대표를 겨냥해 ‘검사 사칭한 분’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는 야당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협치 그런 것은 아예 마인드에 없는 것 같다”고 되치기에 나섰다. 

또한 야권의 주도로 지난 28일 쌍특검 법안(50억 클럽·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고, 이에 대통령실이 즉각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날 회동에서도 두 사람 간 기싸움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아울러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기에 시선이 더욱 쏠렸다.

한국갤럽이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한 장래 대통령감 조사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선호도는 16%를 기록하며 1위인 이 대표(19%)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조사 개요·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이날 이 대표 예방 이후 취재진을 만난 한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 관련해 의견 표출한 게 있느냐’는 물음에 “특별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그 법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며 “그 법에 대한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다. 그 이후 절차라던가 대응은 상황을 보고 저희가 당에서 잘 정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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