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교수 직접 발표
속목정맥 앞부분 60% 잘려..꿰멘 길이 약 9mm
장예찬 “전문가 객관적 설명 없자 음모론 판쳐”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이 이 대표의 수술 경과와 현재 상태를 발표했다.

이 대표의 상태와 관련해 병원 측이 아닌 민주당 영입 인재가 언론 브리핑에 나선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대병원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 대표가 왼쪽 목 빗근 위를 흉기로 찔려 1.4㎝ 길이의 자상을 입었으며, 속목정맥 앞부분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려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민 교수는 이 대표가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이나 합병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21일 오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21일 오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李 수술 집도의 직접 발표

민 교수는 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민 교수는 “당시 목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속목정맥(뇌경정맥)의 손상이 의심됐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의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이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 부위는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의 중요한 기관들이 몰려 있는 곳이어서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며 “얼마나 깊이 찔렸는지, 어느 부위를 찔렸는지가 중요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민 교수는 또 이 대표의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찢어진 속목정맥을 봉합해 혈관재건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흉쇄유돌근이라고 하는 좌측 목 빗근 위로 1.4cm의 칼로 찔린 자상이 있었다. 근육을 뚫고 근육 내에 있는 동맥이 잘려 있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며 “그 근육을 뚫고 그 안에 있는 속목정맥 앞부분이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려 있었다. 속목동맥은 정맥의 안쪽,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행히 동맥의 손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신경이나 다른 식도, 기도의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2차 감염이 우려돼 충분히 세척을 진행했고, 찢어진 속목정맥을 1차 봉합해 혈관재건술을 시행했다. 꿰멘 길이는 약 9mm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떡이나 고름이 수술 부위에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부위에 배액관을 집어넣고 상처를 봉합했다”며 “수술은 이달 2일 오후 4시20분부터 6시까지 1시간40분이 걸렸다. 마취는 2시간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민승기 서울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치료 경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승기 서울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치료 경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수술에 1시간40분 소요.. 9mm 꿰매

아울러 민 교수는 수술 후 경과와 관련해서는 합병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중요 혈관 재건술을 한 뒤에는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수술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전이 생기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잘 회복하셔서 지금 수술 다음 날 일반 병실로 이송됐고,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칼로 인한 외상의 특성상 추가적인 손상이나 감염, 혈관 수술 뒤에 합병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과는 조금 더 잘 지켜봐야 되겠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던 중 지지자로 위장한 피의자 김모씨(67)의 흉기에 피습당했다.

사건 직후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혈관 재건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의 상태와 관련된 브리핑은 전날(3일)에도 진행됐지만, 서울대병원 측이 아닌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5호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맡았다.

서울대병원은 당초 이 대표 수술 경과에 대해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가 취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 전 부회장은 “원칙적으로 의학적 판단은 수술한 의사, 주치의가 당연히 나와서 브리핑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왜 갑자기 공개 브리핑이 없어졌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청희 전 의협 부회장(왼쪽)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가운데)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관련 치료 경과 상태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강청희 전 의협 부회장(왼쪽)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가운데)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관련 치료 경과 상태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 김성태 “왜 굳이 민주당 인사가 브리핑하나”

여권에서도 민주당 영입 인재가 브리핑에 나선 것과 관련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의 수술 경과나 병원에 긴급 이송됐을 때 상황 등을 병원 측에서 국민께 소상히 밝혀주면 불필요한 억측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왜 굳이 민주당 영입 인사가 이 대표의 상태를 브리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지, 이런 부분은 국민이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해)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또 판을 치는 이유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객관적인 상황 설명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공적 문제가 됐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나와서 객관적 사실관계를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2006년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2015년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흉기 습격을 당했을 때는 치료를 맡았던 세브란스병원장이 수술 경과 등을 브리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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