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최고위원회의 박차고 나온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명의로 성명 내고 이준석 정면비판
두 공동대표간 당 주도권 싸움이란 해석 지배적
이들이 비판한 양당 구태와 다를바 없단 지적도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의 제3지대 통합정당인 개혁신당이 합당 열흘만에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준석 공동대표 측과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총선 주도권을 놓고 충돌하며 마찰음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 

개혁신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선거운동 지휘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의결했지만,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개혁신당이 아닌 ‘새로운미래’ 명의로 성명을 내고 최고위가 ‘이준석 사당’을 의결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처럼 두 공동대표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판해 온 거대 양당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왼쪾부터) 이낙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쪾부터) 이낙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회의 중 자리 박차고 나온 이낙연·김종민

19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고성이 나오는 등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퇴장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회의 참가자 전원이 총선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을 만난 김 최고위원은 “어떤 민주정당에서 최고위원회에서 정책 검토도 안 해보고 어떻게 개인에게 다 위임하느냐”며 “선거가 바쁘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인데,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다 위임해달라면서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개혁신당이 아닌 ‘새로운미래’ 명의로 성명을 내고 최고위가  ‘이준석 사당’을 의결했다고 날을 세웠다.

새로운미래 측은 “오늘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이준석 사당’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며 “선거의 전부인 선거 캠페인 및 정책결정에 대한 전권을 이준석 개인에게 위임해 달라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는 2월9일의 통합 합의를 깨는 결정”이라며 “제3지대 통합 정신을 깨뜨리는 어떠한 비민주적 절차와 내용에도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정당들은 이달 9일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을 발표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하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맡기는 것이 합의문의 골자였다. 

김종민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중앙당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민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중앙당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주말 사이 격화된 개혁신당 내홍

하지만 이후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낙연 공동대표 측에 ▲당 지도부 전원 지역구 출마 ▲선거전략, 정책 캠페인 등 홍보 전반을 이준석 공동대표가 공동정책위의장과 상의해 결정 ▲물의를 일으킨 인사의 당직·공천 배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전날(18일) 새로운미래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준석 공동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 캠페인 전권을 달라, 이런 요구가 있었다”며 “만약 선거운동의 전권을 준다면 이낙연 대표에게 줘야 한다. 그게 (2월9일의) 합의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젊은이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톡톡 튀는 선거 캠페인 할 수 있다는 건 존중해주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기본 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토해보고 하자고 이야기했다. 그게 잘못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 이게 이준석 대표 발목 잡은 것인가”라며 “아무리 훌륭한 개인기가 있어도 다수의 지혜, 토론의 힘을 못 넘어선다. 그게 제가 60년 살아 본 결론”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문제와 관련해선 “문제 있는 사람을 배제·처벌하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며 “새로운미래 지도부는 대부분 배 전 부대표가 누군지도 모르고 공천을 주자는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공천을 안 주겠다고 선언한 것도 부적절한데, 이것을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공개 선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합당 주체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러자 이준석 공동대표측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고위에서 다수결로 표결을 한 상황에서 왜 기자회견을 자청하는지 모르겠지만, 표결 결과가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이렇게 행동했다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왼쪽부터) 김종민 의원 및 이낙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 등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김종민 의원 및 이낙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 등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준석-이낙연, 통합보다 힘겨루기 치중

이 처럼 주말 사이 불거진 개혁신당 내부 파열음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절정으로 치달은 모양새다.

이번 내홍은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 간의 당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빅텐트를 쳤던 양측이 통합보다는 힘겨루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달 13일 열린 1차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장 적극적인 개혁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윤석열과 이재명의 의미 없는 경쟁의 종말”이라고 말하며 기존의 양당 체제를 맹공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낙연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을 분열의 수렁으로 몰아 넣은 양당 독점의 정치 구조를 깨고 ‘대화의 정치’를 시작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개혁신당이 출범 이후 일주일 만에 보여준 공개적 ‘집안싸움’은 이들이 비판해온 거대 양당의 구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개혁신당이 정치판에 분열과 갈등을 불러온 기존의 양당 체제와 차별화된 ‘개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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