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與 박용진 출판기념회 참석..송영길 대표도 감사 인사
이재명 “김종인 인간적으로 존경해”..2016년부터 인연
대선 100일 앞두고 ‘金 모시기’ 보다 ‘시대정신 포착’ 중점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이 같은 기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위협이 될 거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이 여당 행사장을 방문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언급하자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둘의 결합설까지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15일,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좌)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광복절을 맞아 서울 영등포 CGV에서 영화 '덕혜옹주'를 함께 관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6년 8월 15일,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좌)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광복절을 맞아 서울 영등포 CGV에서 영화 '덕혜옹주'를 함께 관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종인 향한 민주당의 환대

이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양천구에서 진행된 ‘한국방송기자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박정희 정권때 의료 보험 제도를 설계한다든지 (했는데) 매우 혁명적”이라며 “대기업 부동산 매각을 강제한다든지, 경제민주화를 선언한다든지 매우 뛰어난 지도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했다.

또한 “(제가 2016년에) 광화문 단식 농성을 할 때 격려를 많이 해주고, 당에 계실 때 저를 아껴줬던 분”이라며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모시고 싶은 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과 전화통화도 자주 한다”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당과 김 전 위원장의 ‘핑크빛 기류’ 형성은 이전부터 포착됐다. 

김 전 위원장은 1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여당 행사에 참석한 계기는 과거의 인연 덕분. 박 의원은 2016년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 교보빌딩에서 열린 ‘박용진의 정치혁명’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 전 위원장을 환대하며 “어떤 분은 (김 전 위원장을) 보수 정치인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제가 모셨고 아는 김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최고 진보적 어젠다(의제)를 늘 움켜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제게 재벌개혁에 대한 거친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도록 구체성을 심어준 가르침에 대해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성큼 앞으로 가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의 지혜가 앞으로도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축사를 통해 “우리 김 전 위원장께서도 비대위원장 시절에 (박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인연을 맺어 특별히 아껴주셨다”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지난 2016년 6월 1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11일째 단식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찾아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6년 6월 1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11일째 단식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찾아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6년부터..이재명-김종인 ‘연결고리’

이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 후보는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11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각계각층 인사들이 단식농성 현장을 방문해 이 후보를 격려한 가운데 김 전 위원장도 이 후보를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2016년 6월17일 이 후보의 단식농성장을 찾아 “중앙정부가 지방재정을 자의적으로 훼손하지 않도록 하려면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당이 책임지고 안행위에 맡겨서 이 문제를 해결할테니 이 시장은 이제 그만 단식을 풀어주시라”고 권했다.

이에 이 후보는 “대표께서 두 번이나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당을 믿고 단식을 중단하겠다. 국민과 함께 현장에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답했다.

2020년에는 이 후보와 김 전 지사가 ‘기본소득’ 아젠다를 선점하려 앞다퉈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여권에서는 이 후보가 “증세나 재정 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기초연금 공약’을 발굴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바 있는 만큼 통합당 내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6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기초연금 논의는 사실 진보적 복지정책으로 논의되던 것으로 ‘퍼주냐’ 소리가 두려워서 망설이던 차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전 국민 중 60세 이상은 20만원씩 주겠다 발표해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정책으로) 김종인 위원장은 정말로 정치 감각이 뛰어나 (기초연금이) 결정적으로 노인, 어르신들 표에 엄청난 영향을 줘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며 “이번에도 기본소득을 보고 이걸 경제정책이라는 측면에서 간파,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선점(해 버렸다)”며 호평했다.

지난 11월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1월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선대위 합류 가능성 ‘불투명’

이처럼 이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온 데 대해 정가에서는 조심스레 민주당의 김 전 위원장 영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며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행사에 직접 찾아간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김 전 위원장 영입이 쉽지 않은 듯한 기류다.

박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합류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역시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국방송기자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전 위원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선거는 많은 분들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분들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어떤 분도 제한 두지 않고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상당부분 관여했고, 지금도 완전히 결별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 (민주당 선대위의 역할을) 요청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확답은 피했다.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눈여겨 볼 점은 민주당과 김 전 위원장의 ‘합류설’만으로도 윤 후보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우세하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서 “만약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이 제로라는 판단이 들 때면, 아마 (민주당이) 김 전 위원장에게 접근을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김 전 위원장이 받을까? 나는 조금 회의적”이라며 “단지 접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윤 후보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이란 의견을 표했다.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정치적 성과를 이뤄내며 ‘정당 소생술사’, ‘할배이즘’ 돌풍을 일으킨 김 전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후보들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김 전 위원장이 아닌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선거에 임한 정당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읽는’ 일이 우선이다. 유권자들의 요구와 정서를 가장 잘 포착하고 선명하게 대안을 제시한 정당은 짧은 시간이 주어졌더라도 금세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시대정신 포착’을 강조한 김 전 위원장의 조언처럼 양당 후보가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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