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 적폐청산을 외치고 나선 가운데 이제 매서운 칼끝이 향한 곳은 바로 기업들의 ‘공익재단’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공익재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단은 재벌들의 상속 및 증여세 회피수단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며 사실상 공익재단의 순수한 목적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부당이득을 취하는 통로 역할로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 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공공뉴스>는 문화예술, 장학, 사회복지 사업 등 기업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기업의 공익재단 현주소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현대차 정몽구 재단 교육지원 사업-온드림스쿨: 지난해 11월 청소년공감콘서트 온드림스쿨에 강연자로 참여한 김현아 교수가 ‘자신감을 살리는 심폐소생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통해 공익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우리 사회의 소외층이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교육 기회를 가지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고 싶다”는 사회공헌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개인자산을 출연, 지난 2007년 11월 설립했다.

미래인재 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진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통한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

크게 장학과 교육지원 분야로 나뉘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인재 양성 사업의 목표는 우리나라의 발전, 나아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인 역량을 갖추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창의·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온드림스쿨’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온드림 임팩트’라는 장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단 장학생들이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창의·인성 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온드림스쿨’은 전국 105개 농산어촌 초등학교에서 200개 교실을 운영해 학생 약 4000명에게 문화예술, 체육, 창의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국 144개 중·고등학교의 200여개 동아리를 대상으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4년부터는 이러한 인성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와 함께 선생님들에게 인성교육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2300여명의 선생님들이 이 연수에 참여했고, 선생님들을 통해 17만여명의 학생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인성교육이 점점 더 강조되는 미래교육의 변화에 발맞춰 자체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5년 7월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에 인성교육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으나, 법 시행이 2년 가까지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는 보다 깊이 있고 세분화된 구체적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등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는 미래핵심역량으로서의 인성은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어 교육현장에 정확한 방향과 해법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인성교육 포럼’ 개최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미래핵심역량으로 주목 받고 있는 소통능력, 공동체의식, 감성역량 등을 집중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만의 종합 교육과정 커리큘럼도 개발 중에 있다.

교사가 변해야 아이들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올 초에는 해외의 선진 예술교육단체를 초빙해 국내 초·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창의예술교육 연수도 실시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6기 시상식, 사업발표회를 개최했다.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복지 사각지대 해소 위한 소외계층지원 및 문화예술진흥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정부나 다른 기관의 손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을 지원하고자 늘 탐구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여러 욕구가 충족돼야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신체적인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소외계층과 지역민들의 건강을 돕기 위해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다문화 가정 등 의료소외계층을 위한 ‘온드림 희망진료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어린이 희망의료사업,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순회진료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말라위 실명예방 사업, 몽골 결핵퇴치 사업, 인도 첸나이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등 해외에서도 재단의 손길을 이어나가고 있다.

소외계층의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돕는 한편,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교육과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보호대상아동의 자립 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에 있다.

올 초부터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오게 되고 정부의 지원이 중단돼 복지 사각지대에 처하게 되는 만 18세 이상의 보호종결아동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해서 주거(비)지원, 자기계발 지원 등 자립 역량을 강화를 돕는 통합적 지원 프로젝트인 ‘청사진(청년 사회진출) 프로젝트’ 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 오디션’(이하 H-온드림 오디션)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 육성도 힘쓰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응원하며, 이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가치, 사명의식이 사회 속에서 실현 될수 있도록 체계적인 발굴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H-온드림 오디션’은 2016년까지 총 100억을 지원해 150여개 사회적기업의 시장정착 및 외형성장에 기여했다.

이들 기업은 총 827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선정된 기업들은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과 전문가를 통한 경영교육과 컨설팅을 지원받는다.

재단은 또 문화 소외계층 및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문화적 격차 해소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문화예술진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단의 문화 소외층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인정 받아 메세나 대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재들의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장학금과 해외콩쿠르 지원은 물론, 크고 작은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문화예술 장학생들로 구성된 ‘온드림 앙상블’을 창단해 유명음악가와의 협업, 소외지역 나눔 연주회도 해마다 열고 있다.

문화 소외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문화사랑의 날’을 통해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청소년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 소외 지역 활성화와 일상 속 문화예술 확산을 목표로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를 전라북도 남원 동편제마을 국악 축제와 강원도 평창 계촌마을 클래식 축제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위한 수단으로 활용?

한편, 현대차 그룹 총수일가는 지배력 강화를 위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주식을 집중하고 재단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현대글로비스 4.46%(167만1018주), 이노션 9%(180만주)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6.96%, 현대차 5.17%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차 2.28%, 기아차 1.74%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적은 지분으로 그룹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향후 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현금화, 합병 작업 등이 쉬운 계열사를 선택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지분을 집중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계열사로 현대글로비스, 이노션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해운물류회사로 현대차그룹의 수출 물량을 독점하고 있고, 이노션은 광고를 도맡으면서 두 회사는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무려 각각 70%, 50%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은 29.9%로 이중 정 부회장이 23.2%, 정 회장이 6.7%를 확보하고 있다. 이노션은 정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27.9%)이 대주주로, 정 부회장이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4000억원 규모의 출연을 한 것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30%(비상장사는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 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재단에 총수일가 지분을 넘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결국 정 회장은 재단을 만들 당시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의혹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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