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선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 적폐청산을 외치고 나선 가운데 이제 매서운 칼끝이 향한 곳은 바로 기업들의 ‘공익재단’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공익재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단은 재벌들의 상속 및 증여세 회피수단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며 사실상 공익재단의 순수한 목적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부당이득을 취하는 통로 역할로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 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공공뉴스>는 문화예술, 장학, 사회복지 사업 등 기업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기업의 공익재단 현주소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故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GS그룹은 남촌재단, GS칼텍스재단, 동행복지재단 등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 비해 역사는 길지 않지만, 의료·교육·문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료 중심 공익사업..사회복지 증진에 앞장

남촌재단은 지난 2006년 12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선친 고(故)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1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사회 소외 계층의 자립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의료, 교육 및 장학, 문화 및 복지, 학술연구 지원 등을 통해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촌재단은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 사업, 환자의 의료 재활을 돕는 의료서비스 지원과 의료 제반기구 지원, 무료병원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병원 등 정기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만 해도 8곳에 달한다.

또한 미래리더 육성을 위해 교육 투자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장학금은 물론 호스피스담당 사회복지사 전문교육과 같은 특수한 환경의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2008년 7월 처음 등록금을 지급한 남촌장학금은 지난해까지 233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문화예술 분야의 활성화를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고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문화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사회 공익 관련 단체 및 연구원 지원 사업과 학술 세미나 후원 등을 통해 학문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GS칼텍스 재단은 2006년 8월 설립됐다. GS칼텍스 재단은 전액 GS칼텍스가 지원한 현금으로 이뤄졌다.

GS칼텍스는 2006년~2010년 500억원, 2011년 300억원, 2012년 260억원, 2013년 100억원, 2015년 40억원, 2016년 190억원 등 총 1390억 원을 재단에 출연했다.

특히 2012년 5월 1000억원의 건립비를 들여 완공한 예울마루는 GS칼텍스재단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이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도시였던 전남 여수 시전동 망마산 일대에 위치한 예울마루는 대지면적 70만㎡(21만여 평)에 이르며, 전남권 최고의 시설을 갖춘 대극장과 소극장, 전시실, 분수광장, 산책로 등을 갖춘 전문문화예술공간이다.

GS그룹 오너일가는 또 2015년 11월 사회복지법인인 동행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저소득층 아동과 다문화가족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남촌재단의 의료서비스지원 사업 <사진=남촌재단 홈페이지 캡쳐>

◆남촌재단, 총수입 급증에도 목적사업비는 최하위

한편,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8개 대기업집단 소속 10개 공익법인들이 지난 3년간 지출한 공익사업비는 수입대비 50%에 미치지도 못했다.

특히 남촌재단의 경우 공익사업비 비율이 19.4%로 가장 대기업 공익재단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또한 CEO스코어 데일리가 지난 7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촌재단의 지난해 총수입은 81억2800만원으로 전년(25억4100만원) 대비 219.9% 증가했다.

남촌재단이 지난해 받은 기부금은 전년(20억1600만원)보다 140.2% 늘어난 48억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허 회장이 현금 1600만원, 허 회장의 GS건설 지분 8억6200만원, GS건설이 현금 20억원 등을 기부했다.

하지만 이처럼 총수입이 급증했음에도 불구, 목적사업비는 2015년 13억8500만원에서 지난해 10억55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관리비를 제외한 고유목적사업비는 9억800만원에서 7억800만원으로 22.0% 감소했다. 총수입 대비 목적시업비 비중은 13%밖에 되지 않았다.

허 회장은 지난 10년간 총 75만6160주(지분율 1.05%)의 주식을 남촌재단에 넘겼다. 허 회장의 GS건설 지분은 현재 10.51%다. 이와 함께 GS네오텍, 남촌재단, 16명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반적으로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상속,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결국 허 회장은 기부 명목으로 남촌재단에 주식을 증여하면서 세금 부담을 덜고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총 보유지분은 유지시킬 수 있어 편법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서는 일반 공익재단이 5% 이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상속·증여세가 모두 면제된다. 성실공익재단의 경우 혜택은 10%까지 적용된다.

◆GS 오너일가 ‘동행복지재단’..꼼수 승계 창구?

뿐만 아니라 GS그룹 오너일가는 동행복지재단의 지분을 빠르게 늘렸다. 바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의 기부 덕분.

허 회장은 동행복지재단 설립 직후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GS의 주식 5만5000주를 재단에 출연했다.

이후 2016년 10월 허 회장은 GS 주식 60만주를 또 내놓았고, 허 회장의 형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동생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도 각각 25만주, 40만주를 재단에 기부했다.

지난 2월 별세한 허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故 허완구 승산 회장 역시 지난해 10월 주식 20만주를 재단에 넘겼다.

이에 따라 동행복지재단의 GS 지분은 1.62%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동행복지재단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에 포함된다. 향후 꼼수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허 회장이 4.75%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인 만큼, 동행복지재단이 보유한 5% 이내의 지분은 그룹 지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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