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황민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 적폐청산을 외치고 나선 가운데 이제 매서운 칼끝이 향한 곳은 바로 기업들의 ‘공익재단’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공익재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단은 재벌들의 상속 및 증여세 회피수단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며 사실상 공익재단의 순수한 목적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부당이득을 취하는 통로 역할로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 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공공뉴스>는 문화예술, 장학, 사회복지 사업 등 기업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기업의 공익재단 현주소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故 조중훈 한진그룹 선대회장

한진그룹은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모두 3개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 조중훈 선대회장 부부 출자로 공익재단 기틀 마련

정석인하학원은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모태인 정석학원을 인수하고 인하학원을 설립한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선대 회장이 본인 소유의 회사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재단을 키웠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그룹 산하 사학 재단으로 교육기관으로 인하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인하대 사범대학 부속중·고교 등이 있다. 병원으로는 인하대병원과 인하국제의료센터를 두고 있다.

일우재단은 1991년 설립됐다. 당초 명칭은 ‘21세기한국연구재단’으로 2009년 8월 현재의 일우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설립 당시 출연금은 284억원으로 이 가운데 조 선대회장이 대한항공 주식 23만7552주(평가액 30억9100만 원)를 출연했다. 여기에 사돈인 최현열 CV그룹(옛 남경그룹) 명예회장도 3억3000만원을 현금으로 출연했다.

일우재단은 ‘일우 사진상’ ‘일우스페이스 전시 문화사업’ 등 문화예술 사업과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몽골, 캄보디아, 우즈백 등 해외 대학생들의 유학비 등을 지원한다. 또 언론인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문화재 보존과 IT 지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낼 만큼 사진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일우사진상을 통해 예술, 광고, 다큐멘터리 등 모든 사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한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 가운데 가장 늦은 2004년 설립됐다. 정석물류학술재단 설립 출연금은 110억원으로 김 여사가 전액 출연했다.

조 선대회장의 부인인 고 김정일 여사가 남편 별세 이후 조 선대회장의 수송외길 경영철학과 수송보국의 업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설립한 단체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불류분야에 대한 연구지원으로 물류연구 기반을 확충해 국가 물류분야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학술연구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석물류학술재단 단독 혹은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학술발표 및 정책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2011년도 어린이 사진교실 <사진=일우재단>

◆대한항공 등 핵심 계열사 지분 보유..목적사업비 비중 저조

조 선대 회장은 타계 직전까지 보유 중이던 대한항공과 ㈜한진 주식 대부분을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일우재단에 넘겼다.

증여 당시 김종선 전 정석기업 부회장이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의 이사장을 맡았다. 이를 두고 편법상속 지적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됐다.

이후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이 합병된 정석인하학원은 이사장은 조 회장이 맡고 있다. 일우재단 이사장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이사장은 조 회장의 모친인 김 여사가 각각 맡고 있다.

이들 재단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2.73%, 한진칼 2.14%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일우재단은 대한항공 0.20%, 한진칼 0.16%를, 정석물류재단의 지분율은 대한항공 0.42%, 한진칼 1.08% 등이다.

재단이 그룹 핵심 계열사 주식을 5% 이내로 보유하고 있고, 지분을 팔아 공익사업에 활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석인하학원·일우재단·정석물류학술재단의 대한항공 주식보유 현황(2017년 9월30일 기준 )

또한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지난해 총수입 14억3031만원 가운데 22.9%인 3억2784만원을 목적사업비로 지출했다. 일우재단 역시 지난해 총수입 22억8691만원 중 9억2850만원을 목적사업비로 썼다. 정석물류재단보다는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컸지만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40.6%였다.

반면, 이들 재단의 자산은 불어났다. 추후 지배력 강화 목적의 지분 추가매입 가능성도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지난 2월 한진 계열사로부터 현금 45억원을 증여받아 대한항공 유상증자(52억원)에 참여한 바 있다. 이는 공익법인 악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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