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특혜 채용 쓰나미가 우리은행을 덮치면서 국민 불신과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여유롭게 ‘경영혁신대상’을 수상하러 행사에 직접 참석한 모습이 참으로 꼴사납다.

새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른 우리은행의 크고작은 비리들로 금융권 전반적인 분위기마저 불똥튈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정작 이 행장은 아주 평온해 보인다.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VIP 고객 자녀에게까지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것, 여기에 국기원과의 수상한 거래마저 모두 들통났지만 이 행장은 직접 나서서 조금이라도 해소하기는커녕, 자기 업적 달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은행 채용과 관련해 특혜 논란이 제기된 것은 지난 17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부터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우리은행이 지난해 진행된 공개채용에서 국가정보원 및 은행 VIP 고객 자녀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은행 공채 합격자 200명 가운데 16명이 국정원, 금감원 직원 및 VIP 고객 등의 자녀 혹은 친인척이라는 것.

심 의원이 입수한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 문건에 따르면, 명단에 포함된 이들은 전원 최종 합격했다. 당시 우리은행 하반기 공채에는 1만7000여명이 지원했고 경쟁률은 85대 1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한 센터장이 추천한 것으로 적혀있는 한 고객 자녀의 경우는 ‘비고’란에 ‘여신 720억원’ ‘신규 여신 500억원 추진’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는 거래 액수와 채용 관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추천명단에 포함돼 최종합격 됐던 B씨의 경우, 채용 이후 일과시간 무단이탈, 팀 융화력 부족, 적극성 결여 등 이유로 사내 인재개발부의 특이사항 보고에도 올랐다.

뿐만 아니라 기관장이 기관 예금 거래를 친인척 취업에 이용하고 우리은행은 직원 채용을 거래 대가로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우리은행 취업 특혜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 같은 의혹 역시 심 의원이 제기한 것으로 심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국기원은 2015년 말 기준 발전기금 등 148억1000만원의 예금 가운데 51억1000만원은 국민은행에 맡겼다.

이밖에 외환은행 31억3000만원, 우리은행 24억5000만원, KEB하나은행 23억9000만원 순이었다.

태권도 단증 발급과 해외 사업을 관할하며 각종 기금과 기부금 등을 보유하고 있던 국기원은 지난해 9월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하는 협약을 맺고, 분산 예치하던 예금을 한 곳으로 몰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권도 단증에 금융 기능을 결합한 ‘우리카드 단증’ 발급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국기원의 예금 잔액 138억2000만원 가운데 68억원을 우리은행이 맡게 됐다. 반면, 국민은행은 29억4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36억3000만원 가운데 우리은행이 126억5000만원을 맡으면서 사실상 국기원의 예금을 전담하게 됐다.

특히 우리은행 특혜 채용 문건에서 추천인 현황을 보면 우리은행 상무 이모씨는 지난해 8월 시작된 공채에서 지원자 가운데 국기원장 조카를 추천했다. 이후 국기원장 조카는 11월 최종 합격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의 각종 의혹과 일탈행위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인사조직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후 금감원은 우리은행 조사에 들어갔고 오는 30일까지 조사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이번 이슈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채용 비리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엄중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공정성을 무너뜨려온 셈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줬다”며 “이번 기회에 채용 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특혜’, ‘낙하산’ 인사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은행 수장인 이 행장 역시 올해 초 선임 당시 낙하산 의혹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채용비리는 민영화 되기 전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이 행장은 2014년부터 우리은행 수장을 맡아와 향후 거취 문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감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종합 국감에서도 이번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 행장 등 고위층이 채용 비리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자료=심상정 의원실>

채용비리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이 행장은 지금 그 누구보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야 할 때다.

그런데도 지난 23일 진행된 ‘2017 대한민국 금융혁신대상’ 시상식에 이 행장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이다.

물론, 우리은행 관계자는 “심상정 의원이 (국감 자료를) 발표하기 전 응모해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상을 받은 것”이라며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칼날과 국민적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이 행장의 행보는 다소 이해할 수 없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질타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내외부적으로 예민한 분위기 속 민영화 ‘1호 행장’이라는 업적을 인정받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특혜’, ‘비리’도 금융혁신의 성과라면 이 행장은 충분히 자격있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눈치껏’ 줘도 받지말아야했을 상이였다.

상 받으러 나갈 정신이 있었다면, 차라리 국감장이나 나와 전국민 앞에서 해명과 다짐을 통한 혁신의 기회를 잡는편이 누가봐도 정상적인 것 같은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도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전방위적인 칼날을 예고한 가운데 채용비리 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대한민국 금융혁신대상’을 수상하신 ‘매우 훌륭한’ 이 행장님의 향후 거취가 사뭇 궁금해진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님!
어쨌든 ‘경영혁신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인사에 진심까진 못담아 드려서 참으로 죄송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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