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년사 無..한종희 부회장 시무식서 “한계 벽 넘자”
최태원·구광모 ‘고객 가치’ 강조..신동빈 ‘뉴롯데’ 위한 변화 중요성 당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4대그룹 유일 오는 3일 오프라인 신년회 개최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신년 시작부터 재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올해도 세계 경제의 복합위기와 불확실성이 높아 녹록지 않은 경영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는 저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객 감동과 신뢰를 강조하며 경쟁력 강화,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각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각사>

◆이재용 회장 신년사 無..한종희 “도전과 변신으로 도약 전환점”

2일 재계에 따르면, 새해 첫 출근일인 이날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2023년 신년사를 내놓으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미래 전략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날 오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2023년 시무식’을 개최했다. 시무식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시무식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국내 전 사업장에 생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취임사에 이어 별도의 신년사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0일 9박10일 일정의 동남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새해 경영 계획에 대한 질문에 “새해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이날 공동명의의 신년사에서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국내외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위기 때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2023년은 신 환경경영전략을 본격화하는 원년이므로 친환경 기술을 우리의 미래 경쟁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삼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것이 되도록 하자”며 ESG 경영 실천을 강조했다.

이어 “과감한 도전과 변신으로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영 체질과 조직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미래를 위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자”고 덧붙였다.

또한 한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품질력을 제고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임직원 여러분”이라며 “다양성, 공정, 포용에 기반한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공공뉴스DB>

◆최태원 “찐팬이 곧 가치” 관계 강조..구광모 핵심 키워드 ‘고객’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1일) 전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가치를 전하며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아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 회장은 먼저 지난 1년 간 국내외 경영환경의 변화가 거셌던 가운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며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구성원들을 ‘프런티어(개척자)’라 칭하며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지구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꼽으면서 “기후변화, 질병,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제는 기업에게도 ‘관계(Relationship)’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고 언급하며,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의 크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국가 및 시장을 발굴하는 등 ‘관계(Relationship)’와 네트워크의 확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끝으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구성원들의 행복’임을 강조하며 “새해에는 무엇보다 구성원 곁에 다가가 함께 행복을 키우는 기회를 늘리고 구성원의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계속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재계 총수 중 가장 먼저 2023년 신년사를 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핵심 키워드도 ‘고객’이다. 지난해 12월20일 구 회장은 전 세계 LG 임직원에게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구 회장은 2019년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켜 왔다.

그는 2019년 LG만의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3가지로 정의하고 2020년에는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2021년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으며 지난해에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 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신년사 서두에서 “올해도 고객에게 더 가치 있는 경험과 감동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객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돼 가치 있는 경험을 고민했고, 이러한 노력들로 고객으로부터 진정 사랑받는 LG가 되기 위한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높은 고객가치에 도전하는 구성원들을 ‘고객가치 크리에이터(Customer Value Creator)’라 부르며, “2023년은 여러분이 LG의 주인공이 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며 “이를 위해 구성원 각자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구 회장은 “저의 고객은 LG의 이름으로 고객감동을 만들어 가는 여러분이며, 모든 고객가치 크리에이터 한 분 한 분이 고객감동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만드는 고객가치”라며 “여러분의 실천과 도전들이 인정받고 더 큰 기회와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모든 LG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고 마무리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오는 3일 오프라인 신년회를 직접 열고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제공=각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제공=각사>

◆위기를 기회로..도전과 혁신·고객몰입·ESG 경영 방점 

신동빈 롯데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위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기업 환경이 격변하는 상황에서도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존 사업 영역과 신규 분야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들은 임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며 “불확실한 미래라도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신 회장은 “도전 과정에서 혹여 어려움에 봉착한다 해도 그 속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찾는 유연한 사고를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SG경영과 관련해서는 “보여주기식이 돼선 안 된다”라며 “지난해 중소 파트너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유통 계열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이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위기가 더 큰 기업을 만든다는 것을 한화는 지난 역사를 통해 증명해왔다”면서 “오직 한화만 할 수 있고 한화가 해야만 하는 지속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에 걸맞는 한화만의 조직문화를 재창조할 것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 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다양해진 사업, 지역, 인적 구성에 맞는 글로벌 최고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때로는 덮쳐오는 거센 파도보다 우리 안의 무사안일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구성원 모두가 비합리적 관행이나 관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는 혁신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새해 필승 전략으로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했다.

고객 몰입(Customer Obsession) 경영은 고객 최우선주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가장 중심이 되는 경영을 뜻한다. 

글로벌 일류 기업에서 고객 몰입을 제시한 적은 있었지만, 국내 산업계에서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한 것은 조 회장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고객 몰입 경영의 실천이야말로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택받는 효성,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앞서 나가는 효성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새해 고객 몰입 경영과 유연하고 빠른 조직문화의 안착을 위해 “우리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독려하고 “지혜와 민첩함을 상징하는 토끼처럼 영민하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힘차게 도약하는 새해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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